21일 정책발표 직후 달러/엔은 102.79엔까지 올랐지만 22일 오전에는 100.10엔까지 내리면서 100엔 붕괴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오후 6시 현재는 100.87엔을 가리키고 있다. 달러/엔 환율 하락은 엔 가치가 상승한다는 의미다. 일본은행 발표 전 달러당 101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정책발표 이후 엔값이 오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환시 움직은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강력하고 예상치 못한 시장의 힘에 의해 무력해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생각을 고착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21일 금리동결을 발표했지만 12월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간밤 미국 증시는 1% 상승했다.
일본은행도 이 같은 견해를 반영하듯 21일 회의를 마치고 유동성 공급량보다는 장기 금리 정책으로 정책의 초점을 바꾸면서 디플레와의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에 엔 강세를 막을 만한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엔이 달러 대비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는 앞으로 3개월 안에 달러/엔인 100엔 밑으로 붕괴되어 95엔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처럼 엔이 강세를 유지할 경우 일본 수출도 계속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엔은 달러 대비 올초에 비해 20%나 상승했고 이 여파로 지난 8월 일본의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또한 엔이 하락해야 수입품 가격이 올라서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이 사실상 추가 완화정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씨티그룹의 G10 외환 전략가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이번 발표에서는 거시적인 대규모 부양책으로 볼 만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행이 수익률 커브의 스티프닝, 즉 장단기 금리차의 격차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은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얻는 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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