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전북 고창) 안선영 기자 =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1시간 30분, 광주송정역에서 자동차로 다시 1시간.
서울에서 쉼 없이 내려가 도착한 전라북도 고창은 황금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누렇게 익은 벼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풍요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매일유업의 체험형 낙농테마파크 '상하농원'이 있다.
매일유업은 한국형 6차 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8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상하농원을 정식 오픈했다. 농부의 정성을 담아 꾸미지 않은 건강한 먹거리를 전하고 자연과 동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새로운 형태의 테마공원이다.
고창은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할 정도로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자라나는 농산물들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믿을 수 있는 먹거리 가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적합한 장소인 셈이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6차 산업으로는 치즈 테마파크(임실)나 농촌 테마파크(용인), 고랭지배추 체험·관광사업(평창) 등이 있다. 그러나 6차 산업의 개념이 도입되고 적극적인 홍보와 사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지속가능한 6차 산업을 그려나가는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한 실정이다. 생산(1차)에 단편적 체험을 제공하는(3차) 단순 결합 모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하농원은 유기농 작물 수확 및 낙농업(1차 산업), 햄·과일·발효·빵 공방에서 가공·제조업(2차 산업)이 이루어지며, 유기농 목장 체험을 비롯해 건강한 식생활 실현 및 국산 농축산물의 이용 확대를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3차 산업)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아이들은 소에게 직접 여물을 주거나 소시지를 만드는 새로운 체험에 연신 '까르르' 거렸고, 그 소리에 옆에 있는 어른들의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갔다. 3만여평 규모의 드넓은 공간이 각자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농원의 건물들은 통일된 양식 안에 서로 모여 '자연 속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2011년 2월 설치미술가 김범 작가가 아트디렉터로 합류해 농원 콘셉트를 비롯해 설계 및 건축을 총괄했다. 건축가가 아닌 현대미술작가의 손에서 벽돌 한 장, 기둥 하나가 세심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그는 자연과 어우러진 구조 및 재료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인위적인 인테리어 요소를 줄였으며 건물 외관의 재질부터 문, 창호를 비롯한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구성했다.
반응도 좋다. 정식 오픈 45일 만에 누적 고객 1만명을 돌파했으며, 100일 만에 총 방문객수 2만2000명, 9월 현재까지 총 방문객수 3만5000명을 기록했다. 평일에는 400~500여명, 주말에는 700명 이상이 꾸준히 상하농원을 찾고 있다.
상하농원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농부의 휴식처'를 주제로 만든 테마공원 내 숙박시설은 내년 하반기께 문을 연다. 올해 상하농원은 연간 7만명이 찾고,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년 후인 2020년에는 연간 30만명, 매출 3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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