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필리핀 정부가 국제사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마약 사범 척결 과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총회 일반 연설에서 "필리핀 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불법 마약과의 전쟁을 포함, 부패 범죄를 척결하고 있다"면서 "부당한 개입 없이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필리핀의 무차별적인 마약사범 단죄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가 경고하고 나선 데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유엔 인권기구 등 인권단체와 미국, 유럽연합(EU) 의회 등은 필리핀 정부의 초법적인 마약 사범 사살을 중단하라며 비판하고 나선 상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부터 "향후 6개월 안에 마약 범죄자 10만 명을 사살하는 등 마약 범죄의 뿌리를 뽑겠다"며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런 공약은 민심의 지지를 얻었지만 무분별한 현장 사살 등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6월 말 두테르테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마약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약 3000명이 단속 과정에서 사망했다. 이중 3분의 1은 경찰의 발포에 의해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는 공격 주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또 7월 이후 자수한 마약 사범만 약 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필리핀 정부는 제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미 '마약과의 전쟁'을 6개월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다바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마약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지 깨닫지 못했다"며 "마약 등의 범죄를 깨끗이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내 선출직 중에도 마약 범죄의 협력자가 있다"면서 판사 40명 등 마약 연루 의혹이 있는 인물의 명단을 군에 전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공직자와 정치인 등 160여 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전달한 뒤 이달 들어서는 지방관료와 경찰관 등의 공무원 1000여 명의 명단도 공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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