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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김병원 농협 회장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농산물 선물세트 대책을 내놓은 뒤 선물세트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농협중앙회]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김영란법 시행을 사흘 앞두고 후폭풍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단기적 악재가 닥칠 것이라는 부분에 무게를 두고 있다. 4분기 한국경제가 소비절벽에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 예상대로 추석 경기는 농축수산물 매출 급감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돌아왔다. 주요 고급 음식점은 폐업이 속출하면서 내수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다.
여기에 한진해운발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소비시장은 회복할 만한 정책 카드를 내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소비시즌에도 웃지 못하는 정부…일시적 충격에 주목
4분기는 전통적으로 ‘소비시즌’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각종 아이템이 많다. 그래서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좋았다. 다만 최근에는 정부가 재정을 상반기에 모두 투입하며 ‘상고하저’ 현상이 지속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상고하저 현상은 더 커졌다. 전반기에 재정을 쏟아 붓고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자 추가경정(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고육책으로 버텼다.
정부로서는 김영란법이 소비부진을 부추길만한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영란법으로 인한 일시적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유 부총리는 “한 연구기관이 김영란법 부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11조원 정도로 봤다”며 “특정 산업에 영향이 집중되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유 부총리가 언급한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음식업, 골프업, 소비재·유통업(선물) 등이 타격을 입는 등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김영란법 시행 등에 따른 일시적 소비조정을 하반기 우리 경제 제약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김영란법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자료가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4분기에 내수시장이 당장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법 자체의 모호성이 있어서 민간부문 경제가 지레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 줄어드는 한국경제…김영란법으로 바뀔까
한국경제는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계동향에서도 이같은 소비부진 현상은 뚜렷해졌다. 김영란법이 소비부진에 악영향을 줄지,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들어서 순기능을 할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평균소비성향은 지난 1·2분기 연속으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의미하는 지표다. 1분기에는 72.1%로 전년 동기대비 0.3%p 하락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소비성향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분기에는 13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1분기보다 더 낮은 70.9%를 기록해 1분기 만에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올해 상반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특별히 소비부진이 이어질 악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가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단기적인 부양책은 물론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10년 간 가계소비성향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예전 일본이 장기침체로 내수부진을 겪을 때보다 더 빠르다”며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겹치며 잠재성장 능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원은 이어 “한국이 수출과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만큼 소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저축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며 “비싼 것을 사면 소비세를 과하게 무는 징벌적 제도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고쳐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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