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6일 '일자리사업 심층평가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자리사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으나 기업 지원으로 묵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업방식과 정부 주도 관행이 아직 광범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일자리사업은 1990년대 위환위기 시 '실업대란'을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0년대 후반 경제위기 시 두 번째 대폭 확대를 거쳤다.
경제위기 대처 과정에서 직업훈련 대폭 확대, 직업일자리 사업 대량 실시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본격화됐고 근래에는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도 대폭 늘어났다.
일자리사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수혜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보조금에 재원이 배분돼 경제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보다는 지연시키는 구조에 있다.
예를 들어 고용촉진보조금은 취약계층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당초 목적보다는 영세사업장 지원수단으로 활용돼 경쟁력 없는 기업의 퇴출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 주도 관행이 광범위하게 잔존하는데다 고도의 전문성과 현장경험이 필요한 고용서비스 일선 센터장을 중앙부처 공무원이 독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부처별로 사업기획이나 예산책정, 사업추진, 전달체계를 파편적으로 운영하는 관행도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되는 요인이다.
보고서는 "일자리사업은 기업·산업이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지고 인력이 이동하는 경제 내 신진대사를 증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결국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해야 하며, '일정 수준을 무조건 보장'하는 방식보다 '새로운 시도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해 변화의 흐름을 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시장 신호를 정부가 왜곡하지 않고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시장 규율 등 환경을 정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각종 장려금은 정부 도움 없이는 취업이 어려운 계층 지원을 목표로 하고, 영세하다는 이유로 사업자에게 향하는 다수 사업은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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