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밀정’이 지난 23일 북미 개봉 후, 미국 유력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언론매체 및 평론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신선도 지수(평점)에서 100%를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현지 유력 매체 영화 전문 기자들이 호평을 쏟아낸 결과다.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와 비교해보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91%, 국내 여름 극장가에서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은 94%를 받았다.
‘밀정’을 향한 찬사는 북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73회 베니스 영화제는 이 영화를 “1온스의 군더더기도 없는 완벽한 작품” “김지운 감독에겐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피 튀기고 숨이 멎는 듯이 훌륭한 필름메이킹”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이자 휘황찬란한 기술적 전시”라고 평가했다. 제41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도 1725석 규모의 극장에 단 한자리의 공석도 없이 모두 관객이 들어찼다. 개봉 19일이 지났지만 국내 반응도 여전히 뜨겁다. 7일 개봉한 이후 단 한번도 박스오피스 1위를 내준적 없이 왕좌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누적관객수는 689만 3806명이다.
하지만 장기흥행에 따른 독과점은 분명 문제가 있어보인다. 관객도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인 25일 ‘밀정’은 1058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전체 상영관의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온라인 조사회사 PMI가 20~50대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8%(1489명)의 예비 관객이 ‘밀정’을 이번 주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꼽은 반면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는 응답도 10.8%(539명)에 달해 두번째로 많았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관객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가 흥행 영화의 독과점에 밀려 충분히 상영되지 못하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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