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SK네트웍스가 국내 3위의 생활가전 제조·렌탈기업 ‘동양매직’의 새 주인 자리를 꿰차면서, 최신원 회장(63·사진)의 경영 능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SK 오너가(家)의 맏형’인 최 회장은 올해 3월 SK네트웍스의 새 수장(대표이사)을 맡았다.
사촌 동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 지지로 1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최 회장은 부임 초기에는 별다른 대외 활동이나 경영 비전을 드러내지 않으며 ‘잠행’을 해왔다.
그러다 SK네트웍스가 지난해 특허권을 잃어 문 닫은 워커힐면세점의 재탈환 의지를 보이면서 최 회장은 천천히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6월 임직원들과 3박 4일 해병대 병영훈련 체험을 하며 ‘안 되면 되게 하라’는 SK그룹 창업정신을 강조하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지난 28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동양매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최 회장의 입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전일 진행한 동양매직 지분(100%) 매각 본입찰에서 SK네트웍스는 6100억원대 인수희망가를 적어내, 현대홈쇼핑·AJ네트웍스·유니드-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을 따돌렸다. 최 회장의 ‘통 큰 베팅’이 통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양매직의 인수가가 너무 과도하게 책정돼, 향후 최 회장의 경영실적 개선 부담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초 실사 전 시장에서 예측한 동양매직 인수가는 4000억원에서 6000억원 수준이었다. SK네트웍스의 입찰가는 동양매직의 지난해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인 692억원의 10배 가까운 규모다.
특히 렌탈기업 특성상 동양매직의 에비타가 과도하게 추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에게 렌타자산을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상황에서 유형자산으로 잡혀 감가상각이 되는 만큼, 동양매직의 감가상각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인수가격 적정성을 두고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 후 동양매직의 차기 성장에 자신감이 있다면 상관이 없는 대목이다.
SK네트웍스는 이번 동양매직 인수로 차량에 이어 생활가전까지 렌탈사업을 확장, 기존 SK그룹의 사물인터넷(IoT) 기술 노하우와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렌탈시장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업체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1위인 코웨이를 필두로 2~3위 경쟁이 치열한 청호나이스·쿠쿠전자 등 4자구도 틈바구니에서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 인수 이후 ‘본전’ 이상을 찾을지 미지수다.
여기다 최근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생활용품 업계 전반에 대한 고객 불신이 높아진 것도 악재다. 지난 5월 공기청정기 필터 유해물질 검출 논란, 7월 얼음정수기 중금속 검출 논란 등은 렌탈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이 앞서 SKC 대표이사 재직시 추진해온 신사업이 실패로 끝난 점도 부담이다. 그는 SK텔레시스를 통해 2009년 휴대폰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SKC가 긴급 자금 수혈을 해야 했다. 이후 SK텔레시스는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끝에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최 회장은 경영 실기에 책임을 지고 15년간 몸담은 SKC 대표이사직을 내놔야 했다.
이 때문에 오너가인 최 회장의 ‘책임경영’이 동양매직 인수 이후 얼마나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오너가 일원으로서 당연히 책임경영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이변이 없는 한 SK네트웍스가 이르면 다음 달 초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 연내 동양매직 인수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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