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따르면 약 30년 전 블랙먼데이가 터진 1987년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들은 일본 증시에서 4조1000억 엔을 순매도했다. 이후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미국 다우지수는 20% 이상 폭락했다. 외국인은 그 해 일본 증시에서 7조1900억 엔을 회수해갔다. 올해 이 추세라면 외국인 순매도 기록이 경신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같은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에는 엔고와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라는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엔은 지난해 연말 달러당 120엔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 가치가 19% 가량 뛰었다. 30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엔은 100.98엔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 일본은행이 포괄적인 정책 점검을 통해 통화정책의 틀을 공급량에서 금리관리로 수정하고 인플레 초과 달성을 용인하겠다고 밝혔지만 엔고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들은 엔고 압박에 속속 순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 자산관리 회사인 NWQ 인베스트 매니지먼트는 일본의 수출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했고 미국 기관투자자인 캐피탈그룹 역시 가와사키 중공업 지분을 3%p 낮춰 4%까지 줄였다.
일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아베 신조의 경제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도 투자금 유출의 한 가지 이유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도미닉 로시 CIO는 구체적인 경기 회복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2012년 가을 아베노믹스가 처음 실시된 이후 2015년 여름 니케이지수가 2만 포인트를 돌파할 때까지 일본 주식을 20조엔 어치 순매수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매도로 돌아섰다.
다만 외국인 매도에도 니케이지수는 16,500선 부근을 지키고 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은행의 대규모 ETF 매입이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정례회의 이후 매년 ETF 매입량을 6조 엔으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올해 7~9월 일본은행이 매입한 ETF 규모는 1조4200억 엔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43%나 증가한 수치다. 니혼게이자이는 외국인이 내놓은 매물을 일본은행이 흡수하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증시의 펀더멘탈을 위협한다고 우려한다. NLI 리서치의 이데 신고 수석 전략가는 “이는 수급 구조를 왜곡해서 투자자들의 거래 기회를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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