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부산에 사는 박씨(27)는 뮤지컬을 좋아해 종종 서울로 올라온다. 그렇지만 만만치 않은 티켓 가격에 왕복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웬만한 뮤지컬 공연의 좋은 좌석이 10만원 내외인데다가 KTX 왕복 이용료가 10만원을 넘기 때문에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두 배가 넘는 비용을 들여 공연을 관람하는 셈이다.
‘문화융성’을 외치고 있는 시대에 지방 거주자들의 공연 관람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등록공연장·영화관·문화기반시설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공연장·영화관 등 문화기반시설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공연장 중 절반이 넘는 562곳(56.2%)이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이외에 영화관 189곳(48.2%)과 도서관 392곳(42.1%), 미술관 86곳(42.6%), 박물관 290곳(35.8%)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과의 높은 편차를 보였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연극과 뮤지컬의 경우 지방 관객들의 관람을 위해 수도권 공연 후 지방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모든 공연이 모든 지방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연장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애로가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화시설 1개당 관람객 수 현황을 봐도 지방의 열악한 상황을 알 수 있다. 17개 시도별로 1개 시설당 이용대상자 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한 곳당 이용대상자수가 공연장 2만6199명, 영화관 12만3231명, 도서관 7만5050명, 박물관 8만1817명, 미술관 26만2676명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산은 공연장 5만3153명, 영화관 12만5289명, 도서관 10만9628명, 박물관 21만9256명, 미술관 70만1619명에 달해 인구 대비 문화기반시설수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의 인구대비 시설수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었고, 울산은 미술관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수 의원은 “지역간 문화시설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 새로운 문화수요 창출과 문화향유권 증대를 위해 문화기반시설이 열악한 지방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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