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유럽연합(EU)의 난민할당제를 놓고 벌인 헝가리의 찬반 국민투표가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투표를 제안한 헝가리 빅토리 오반 총리는 선거결과가 효력을 가진다며, 난민할당제 반대 측의 승리를 선언을 했다고 BBC가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EU는 독일의 주도로 그리스, 이탈리아에 들어온 난민 16만 명을 회원국에 할당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 안에 따르면 헝가리는 1294명을 수용해야 한다. 이같은 할당제에 대해 헝가리와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며,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올해 7월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헝가리 선거관리위워회는 2일 오후 8시 30분께 공식투표율이 43.7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민투표는 투표율이 50%가 넘어설 경우 효력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 정부는 이번 투표 결과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정부가 이번 국민투표를 시작했으며, 정치적으로 법률적으로 결과는 효력을 가진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헝가리 제1야당 민주연합 대표인 페렌치 듀르차니 전 총리는 국민투표의 낮은 투표율은 "시민들이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면서 "이민 문제는 헝가리 국경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는 빅토르 오반 총리에게 패배이자 동시에 승리라고 BBC는 평가했다.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들인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50%가 넘는 국민이 투표를 하게 하는 데 실패했기에 정치적 타격을 클 수 있다.
국민투표를 거부하자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보이콧 운동도 막판 효과를 발휘했다.
헝가리 정치 전문가인 라즐로 로비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320만명의 유권자가 (난민할당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애매하게 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오르반이 패배했다고 봐야 한다"며 "EU로서는 국민투표가 무효가 됐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투표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투표에 참여한 이들 중 난민할당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 95%인 320만명은 할당제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할당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유권자는 5%인 16만 8000여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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