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중연 소속 권희영, 정양순, 정경희 교수 등이 최근 한중연 연구과제로 제출한 연구보고서 ‘대한민국 정체 확립과 근대화 전략’에서는 “국내 좌익 및 북한 공산세력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저지하기 위한 반대투쟁을 집요하게 전개했다. 공산폭도들은 제주 4·3사건 등을 일으켜 5·10 선거를 저지하려 했으나 이러한 공산주의의 도전을 극복하고 1948년 8월 15일 마침내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표현했다. 즉 제주4·3사건을 공산폭도들에 의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에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 의원이 이기동 원장의 견해를 물었다. 이 원장은 “공산폭도 세력들에 의해 4·3사건이 일어났느냐”는 오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본다”며 4·3사건을 공산폭도들에 의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4·3연구소는 “당시 군·경, 서청에 의한 죽음들이 쌓이고 쌓였는데, 교육부 산하 기관장이며 역사학자라는 이 원장은 이와 같은 망언을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4·3연구소는 “공산당에 위협 당했고, 그 사람들이 주도권을 들고 일어난 게 사실이다는 그의 발언은 4·3에 대한 오류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게다가 그는 또 오 의원이 4·3특별법을 아느냐? 4·3사건의 정의를 아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모른다”고 했다“고 폄하했다.
4·3연구소는 특히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 가운데 하나인 제주4·3은 오랜 진실규명 끝에 이미 대한민국정부에 의해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며 “역사적 진실을 봐야 할 원로사학자가 아직까지 4·3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우리는 놀라움을 넘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원장은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한중연의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찾아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중연이 만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이 원장의 견해와 달리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역사적 배경으로 서청의 테러와 횡포, 경찰의 고문과 고문치사 등을 들고 있다.
4·3연구소는 “이 원장은 과연 역사학자가 맞는가? 우리는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진 자가 ‘한국학 진흥과 민족문화 창달’이라는 임무를 지닌 한중연 원장이라는 사실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한편 4·3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2일에는 도종환(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한중연이 지난해 말 자체 발간한 ‘광복 70년사’시리즈에 제주4‧3사건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 역사왜곡을 한 서술이 드러났다. 또한 이를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 근거로 삼으려 하는 것도 확인됐다. 한중연은 여기서 “광복 직후, 여수.순천사건이나 제주4‧3사건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수립 자체가 국내의 공산주의 세력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스탈린의 세계 공산화 전략의 중요한 대상이 되어 있었다”며 수많은 민간인이 군·경과 서청 등에 학살당한 제주 4·3사건을 색깔론과 연계해 부정적으로 기술했다.
이들은 “한중연의 이런 서술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며 “이에 포함된다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통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기동 원장의 사퇴와 함께 제주도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