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감독 목 조를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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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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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CGV아트하우스]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모르고 죽었으면 좋았을 것들이 있잖아요. 그걸 알게 됐고 그걸 연기해야했죠.”

반세기 동안 연기한 이 “늙은 배우”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 대해 “이렇게 우울한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배우 윤여정은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 소영을 연기해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소영이 남을 죽여준다는 설정이 말이 될까, 이재용 감독이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전 대본을 읽고 단번에 이해됐어요.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 나이 먹은 여자가 돈 벌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아요. 소영이도 그랬겠죠. 가난 때문에 애를 입양 보내고 성매매로 입에 풀칠하고 살죠. 그분들 하루에 3만원 번대요. 그마저도 허탕 치는 날이 있죠. 소영이는 정말 꾸역꾸역, 죽지 못해 사는 거예요, 살아있으니까. 그러니까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단골들을 누구보다 이해했겠죠.”
 

[사진=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성매매 장면은 ‘디테일에 강한’ 이재용 감독의 꼼꼼함 덕에 두 번이나 재촬영했다. “보는 관객한테야 사실적이고 리얼한 거겠지만 당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럽다. 세 번째 촬영 때는 감독을 목조를 뻔했다”는 윤여정은 “내가 이렇게 생겨먹었어도 감독이 시키는 건 다 한다. 군소리 안 하고 찍었다”면서 “내가 비위가 약해 컵라면 한입도 삼킬 수가 없더라. 매니저가 사온 와인 한잔이 위안이 됐다”고 했다.

‘박카스 할머니’ 소영에게 현미경을 들이댄 이 영화는 질병, 치매, 외로움 등 노인 문제는 물론 트렌스젠더, 장애인, 코피노 등 소수자 문제를 조망하는 망원경이 된다. 그들의 고통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의 무관심이 만들어 낸 것들이라 더욱 먹먹하다.

윤여정은 “내가 무능해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영화 찍는 것뿐이다. 이 영화가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문제를 들여다보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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