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우산‧부채장수 아들과 우리의 농심(農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10-04 10: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영희 국립식량과학원장

이영희 국립식량과학원장 [사진=농촌진흥청]

우산장수 아들과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우산을 파는 아들이 걱정이고, 비가 오는 날에는 부채 장사를 하는 아들을 걱정하느라 근심이 끊일 날이 없었다는 얘기다.

요즘 쌀재배 농가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농사가 잘돼도 걱정, 안돼도 걱정,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70년 136.4kg에서 지난해 62.9kg으로 절반 이상이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량이 늘면 재고가 쌓이고, 이로 인해 산지 쌀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민부담을 덜어주고자 쌀을 추가로 매입해 격리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다. 양곡창고에는 지난 6월말 기준 175만톤의 쌀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올해 작황을 짐작건대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쌀 재고량과 소비감소 등에 대응할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쌀 과잉생산은 논에 벼 대신 콩, 팥, 수수 등의 작물을 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그간 쌀 적정생산을 위해 논에 밭작물 심기와 같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쌀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등 일정부분 성과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농지감축을 우려하는데, 이 정책은 농사짓는 땅을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농지는 그대로 두고 수급상황에 맞게 다른 작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대신 자급률이 낮은 밭작물의 재배가 확대돼 전체적인 곡물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쌀 생산량 조절 만큼이나 지속적인 소비창출도 중요하다. 일부 언론과 잘못된 다이어트 정보를 통해 쌀이 비만과 당뇨의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만연되고 있는데, 이런 잘못된 정보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정통한 전문가들은 쌀 전분이 밀 전분에 비해 소화‧흡수가 느려 오히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아 비만과 당뇨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백미를 도정하기 전 상태의 현미는 혈당을 조절하는 가바(GABA)와 식이섬유소가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다.

실제 2014년 한 방송에서 5명의 지원자를 상대로 3주간 현미위주의 쌀 다이어트를 진행한 결과, 모든 지원자가 체중과 체지방량 감소에 성공했다. 또 내장 지방량, 혈당, 지방간 수치, 고지혈증 수치와 같은 건강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됐다.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쌀 소비촉진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부문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지만, 사업체부문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즉 쌀 소비 감소의 돌파구를 가공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농촌진흥청에서는 술‧국수‧파스타‧빵 등을 만들기 좋은 가공용 벼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해 실질적으로 쌀 소비를 촉진하는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또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에 좋은 '고아미2호' △혈당조절뿐 아니라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 GABA 성분이 다량 함유된 ‘큰눈벼’'눈큰흑찰' △위염에 좋은 ‘조생흑찰’ 등 기능성 벼를 개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가정에서도 다양한 음식 조리에 적용이 가능한 쌀가루 개발을 통해 수입 밀가루를 대체할 계획도 진행 중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수확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 농민이 정성으로 재배한 쌀이 더 이상 고민거리가 되지 않도록 정부, 연구기관, 산업체, 국민 모두가 우산장수와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쌀 산업을 지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과 산업 활성화 연구, 쌀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 등 능동적인 대응에 나설 때 우리 쌀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우리 농업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