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수라' 정우성 "15년 만에 만난 김성수 감독, 최고의 자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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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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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에서 한도경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정우성(43)은 하나의 아이콘이다. 청춘을, 누아르를 대표해 온 그는 어떤 변화나 착오를 겪더라도 늘 한 시대를 상징해왔다. 오토바이를 타던 소년('비트')은 부서진 차를 몰고 도로를 질주하는 남자('아수라')가 되었고 삶의 무게 또한 달라졌다. 시대가, 상대가 변화하더라도 정우성은 늘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인물들을 대변해왔다.

지옥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배급 CJ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시장 박성배(황정민)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비리 형사 도경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되게 당황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궁금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 속에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분명 김성수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이렇게 비뚤어지고 정형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계속 찾아간 거죠.”

영화 '아수라'에서 한도경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벌써 4번째. 정우성은 영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에 이어 김성수 감독과 4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김성수 감독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약속부터 했다. “사랑하는 감독님이자 좋아하는 선배님이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작업과 작품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이었다.

“15년 만에 만난 김성수 감독은 여전했어요. 그 에너지와 힘이 그대로더라고요. 새삼 ‘아, 이게 영화 현장이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제가 좋아했던 게 그런 모습인 것 같아요. 김성수 감독은 타협하지 않고 계속해서 캐릭터와 배우가 낼 수 있는 소리와 반응을 연구하거든요. 제 고민의 자극제 역할을 굉장히 잘하세요.”

김성수 감독은 끊임없이 정우성을 자극했고, 그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다. 정우성은 스트레스에 노출돼있는 도경을 파헤쳤고, 그의 스트레스 ‘안’에 있고자 했다.

영화 '아수라'에서 한도경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이란 캐릭터를 파헤치면서 ‘안남’이라는 악의 도시, 세계관에 집중했어요. 뻔뻔하고 자연스럽게 폭력과 악행이 저질러지는 세계죠. 살아남기 위해 악해질 준비를 하고 있고, 일상생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어떻게 연기하고자 하지 않았어요. 그냥 도경의 스트레스 안에 있고자 했었어요.” 인물이 겪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은 자연스럽게, 정우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몸이 힘든 건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늘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술에 취해, 김성수 감독에게 “힘들어 죽겠다”고 털어놨을까.

“감독님은 좋아하시더라고요. 제가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데도. 하하하. 사실, 그게 감독으로서 한도경에게 주고 싶었던 디렉션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야말로 영화적 동지, 친구인 두 사람.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의 10대, 20대, 40대 모습이자 대표작을 남겼다. 정우성은 “그런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도 “열정의 시작을 되돌려준 김성수 감독이 너무 좋고, 고맙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어떤 장면보다는 감독님이 만든 그 세계관 자체에요. 엄청난 인상이 남았어요. 그 장면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죠. 가상의 도시 안남은 현실에서 떨어트려 놓은 것 같지만, 현실 속 관계나 폭력이 다 담겨 있잖아요? 눈에 보이고 행해졌을 때, 얼마나 아프고 처참한지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영화 '아수라'에서 한도경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던 것은 비단 김성수 감독뿐만은 아니었다. 그는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도 했다.

“정말 짜릿했어요. 서로 보고 느끼면서 습득하게 되는 과정이 정말 자극제가 되더라고요. (황)정민의 형의 경우 촬영 당시 뮤지컬 ‘오케피’와 스케줄이 겹쳤었거든요. 본인도 피곤하고 정신없는데도 항상 주변을 챙기고 자기 몫을 다했어요. 굉장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형인 것 같아요. 도원이의 경우는 얼굴이 컴퓨터 그래픽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내면의 감정을 기이한 형태로 드러내는데 그 과정이 엄청난 연습을 거쳤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에너지를 상대에게 발산하거나 그런 것들이 멋있었죠.”

연기에 대한, 영화에 대한 애정. 정우성은 “연출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다며 “타이밍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에는 자의적으로 타이밍을 미뤘다면, 이제는 그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장편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첫 번째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기에요. 예전에는 연출에 대한 부담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현실에 타협하는 것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아주 기본적인 마음가짐. “연출자로서 배우로서 눈치 보지 않고” 작품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은 배우 정우성에게도, 감독 정우성에게도 하나의 지침서 같다. “그런 용기를 잃지 말아야지” 하는 강직한 마음은, 그가 절친한 친구 이정재와 함께 아티스트컴퍼니 설립까지 이어진 셈이다.

영화 '아수라'에서 한도경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친구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건 역시 좋은 일이죠. 일단 돈을 잘 벌어오니까 좋아요. 하하하. 농담이고요. 서로 기대고 쉴 수 있는 대상이니까요. 짐을 반씩 짊어지고 가는 것 같아서 든든하죠. 갑작스럽게 (회사 설립을) 진행한 건 아니었고, 우리가 오랜 시간 매니지먼트를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상처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이루게 된 거예요.”

배우로서의 명성, 감독으로서의 시작, 매니지먼트 설립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듯한 정우성에게 “아직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정우성이 바라는 ‘꿈의 성취’에 관해 질문했다.

“전 아직도 배가 고파요. 욕심이 크거든요. 지금은 어떤 것을 배우고 싶어요. 공부에 목이 마르죠. 내 관심사에 관해 밀도 있게 파고들어보고 싶어요. 영화배우가 돼 감사하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새로운 관심사에 해박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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