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달 29·30일 각각 수출 관련 호재와 악재를 이틀에 걸쳐 쪼개 공시했고, 이런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미약품은 9월 29일 스위스 제약사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런 공시 덕에 한미약품 주가는 다음날 개장하자마자 62만원에서 64만9000원으로 4.68% 상승했고, 한때 5.48% 오른 65만4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장중 주가 고·저점 차이를 감안하면 공매도 세력이 한미약품 주식을 최고가에 팔아 최저가에 되샀을 경우 23%가 넘는 수익을 챙겼을 수 있다.
실제 같은날 공매도 규모는 전날(7658주) 대비 13배가 넘는 10만4327주에 달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도 공매도량(186만2415주)과 거래대금(287억6638억원)이 불어나 상장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성실공시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이유다. 특히 한미약품이 호재를 먼저 알리고, 악재를 뒤늦게 공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 크다.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28일 베링거인겔하임과 7억3000만 달러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고, 다음날 같은해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만에 70% 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탓에 한미약품뿐 아니라 제약·바이오업종 주가가 동반 추락했고,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당국은 한미약품을 상대로 공시 적정성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미약품 주가 동향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리결과를 받는대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늑장 대응에 나선 당국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악재성 정보를 미리 알았던 내부자가 공매도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일파만파로 퍼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호재와 악재를 모두 개장 전에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약품이 2015년에도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 올해 또 반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국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큰 손실을 본 한 자산운용사는 한미약품 측에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일에 연루된 회사 관계자는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회사도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용이 들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은 최근 수천억원대 신약 수출계약과 관련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15년 기소됐던 한미약품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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