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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후 첫 주말을 맞은 골프장업계는 악천후와 맞물려 적지않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해슬리나인브릿지 제공]
‘김영란법’ 시행으로 골프장 업계가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고 말았다.
이 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이한 주말, 그것도 사흘 연휴였던 지난 1∼3일 전국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은 법 발효 전인 1주전에 비해 15∼20% 줄었다.
연휴 첫 날이었던 1일(토), 골프장들은 골프 성수기를 맞아 대부분 100%의 예약률을 보였다. 그러나 ‘본보기’로 법에 걸릴 것을 우려한 일부 공직자나 언론인, 그들과 라운드하려던 기업인들이 몸을 사리면서 예약 취소율은 5∼10%에 달했다. ‘접대 골프’가 아닌, ‘각자 내기’(n분의 1)로 라운드를 하려고 약속을 잡았던 법 적용 대상자들도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예약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더욱 일요일인 2일엔 종일 비가 내리다시피했고, 개천절 휴일이었던 3일에도 아침에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기 때문에 예약 취소율은 더 높았다. 요즘엔 비가 조금만 와도 골퍼들이 라운드를 하지 않는데다, 접대 골프의 경우 악천후가 닥치면 역효과가 날 수 도 있는 탓이었다.
경기 용인의 한 회원제골프장은 지난 1일 약 150팀을 받았다. 평소 주말의 90% 수준이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이맘 때면 18홀 기준으로 80팀을 넘겨야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팀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의 36홀 회원제골프장 관계자는 “예전 이맘 때에는 예약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마감했으나 올해는 더디게 차는 양상이었다”고 전했다. 예약 상황이 이전과는 달라져 김영란법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곤지암·남부·남촌·이스트밸리·제이드팰리스·트리티니·해비치서울·해슬리나인브릿지CC 등 수도권의 고급 회원제골프장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 계열인 이 골프장들에서는 접대 골프가 주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접대하는 회원 1명이, 접대받는 비회원 3명을 동반하는 행태가 사라지면서 아예 회원들끼리만 팀을 꾸려 오는 일도 많다고 한다. 회원들로만 팀이 짜이면 골프장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조창기 한국대중골프장협회 상무는 “인기있는 회원제골프장에서 접대 골프가 사라져 수지가 악화되면 보전책으로 그 자리에 비회원들을 넣을 수밖에 없다. 자연히 그린피는 내려가게 된다. 그러면 그 여파는 대중골프장이나 지방소재 골프장에 고스란히 미치게 된다.”고 염려했다.
골프장 예약이 감소하면서 골프장 주변 음식점이나 골프장내 프로숍(골프 용품 등을 파는 곳)을 찾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남서울·태광CC 등과 가까워 골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한 고급 음식점은 지난 1일 예약을 거의 받지 못했다. 전남의 한 골프장 프로숍 직원은 “지난 1∼3일 고객이 김영란법 시행 전에 비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내장객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골프용품을 선물하는 행태 자체도 줄어든 것같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골프장과 달리 전국의 유명 산과 들에는 등산과 자전거타기 등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져 김영란법이 몰고온 주말 풍경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지방의 한 공무원은 “김영란법을 계기로 그 전에 골프모임을 했던 동료들과 등산모임을 결성했다”며 “접대를 받지 않고 각자 내는 방식으로 라운드를 하면 되지만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골프백을 창고에 넣어두고 산에 오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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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북쪽의 한 회원제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골퍼들. '김영란법' 시행 후 맞은 첫 주말인 이날 주차장은 예전처럼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으나 예약 취소율은 평소 주말 수준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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