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국제기구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높은 전세가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가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의 구조적 원인이라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사실상 폭발 직전에 다다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1257조3000억원에 달한다. 2분기에만 33조6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세계적으로 볼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로 비교 대상 18개 신흥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서는 3위였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단연 주택을 기반으로 한 대출이다. 이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전셋값에 따른 주거난에 기인한다.
전셋값은 올라가고 그나마 있던 전세도 월세로 전환이 되면서 젊은 세대들은 빚을 내 주택구매에 나서고 있다.
실제 전세가격 급등세는 심각하다. 지난 2009년 52%에 불과했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해말 74%까지 뛰었다. 이에 주택 매매로 눈을 돌린 30~40대는 주택담보대출 폭증의 원인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30대의 주담대 증가액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은 10조4000억원에 달했다. 40대 역시 같은 기간 2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정부가 연이어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한 상황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IMF 역시 구체적인 DTI 비율까지 내놓으며 정부에 가계부채 대책을 권고할 정도다.
IMF는 "한국의 전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2009년 52%였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 수준인 74%까지 치솟아 세입자의 부채 부담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IMF는 이어 '한국의 DTI 한도 규제는 60%로 주변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며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30~50% 수준까지 끌어내려야 한다. 또한 아파트 분양 집단대출에도 DTI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MF는 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도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노후 소득이 불안정한 퇴직자들이 소규모 창업에 뛰어들면서 사업 자금이나 생활비 용도로 빚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IMF는 "한국의 경우 연금제도가 미흡한 탓에 은퇴한 노년층이 소규모 창업 등을 위해 투자용 대출을 늘리고 있고 이는 곧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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