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일주일, 곳곳 혼란…상당기간 진통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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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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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 현직 기자인 A씨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고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 사이인 친구 B씨를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던 중 A씨는 애널리스트인 B씨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자문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B씨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소주 한, 두 잔만 기울인 후 서둘러 헤어졌다.

4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A씨와 B씨의 경우는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B씨가 속한 자문위원회가 관계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B씨의 공무수행사인 여부도 판단이 필요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회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청탁금지법이 정착되기 전까지 상당한 진통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현재 권익위에 접수된 신고는 총 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1건, 29일 1건, 30일 2건이 각각 들어왔고, 지난 개천절 연휴 기간에 3건이 추가로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부정청탁 4건, 금지된 금품 등 수수 3건이다.

접수된 신고가 많지 않았던 반면, 관련 문의는 폭주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혼란이 여전하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이날까지 권익위에는 총 1018건의 유권해석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는 하루 평균 170건에 이르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는 전화를 통한 각종 문의까지 합치면 수치는 훨씬 늘어난다.

청탁금지법 관련 문의가 폭주하면서 권익위에서는 질의 내용에 대한 충실한 답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후로 관련 부서에 인력을 증원했지만 쉴 틈 없이 밀려드는 문의전화에 역부족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청탁금지법 질의 관련 업무를 14명이 처리하고 있는데 전화 폭주로 인해 140명이 배치돼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질의응답 형식의 답변을 추가로 만들어 업데이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통업계가 일제히 금액을 낮춘 별도의 상품 기획에 나서면서 농축수산물 및 화훼 농가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정한 가액기준 상한인 선물 5만원 미만의 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농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음식점이나 골프장 등 관련 업계도 급격히 줄어든 손님에 울상을 짓고 있다. 개천절 연휴에도 불구하고 음식점 손님은 줄어들었으며, 가을 성수기를 맞아 북적대야 할 골프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음식점과 골프장 종업원들이 감원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화·공연계 역시 비상이 걸렸다. 고가의 클래식과 뮤지컬 등에 대한 기업 후원과 홍보가 불가능해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발을 뺄 경우 당장 제작비 충당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정식집 앞 '김영란법' 풍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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