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필리핀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또 다시 미국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다. 4일 (이하 현지시간) 두테르테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지옥에나 가라"면서 미국이 필리핀에 무기팔기를 거절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있기 때문에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전했다.
이날 필리핀 마닐라의 한 유대교 회당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마약소탕전을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한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미국에 대한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두테르테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필리핀과의 관계를 망치고 있다면서 "미국과 갈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갈라선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미국이 필리핀에 미사일과 다른 무기들을 팔기를 원하지 않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나의 신성한 의무다"라고 말하면서 "만약 미국이 (무기를) 팔리 않겠다고 하면 나는 러시아에 갈 것이다. 나는 장군들을 러시아에 보냈으며, 그들은 '걱정말라.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뭐든 줄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저 와서 사인만 하면 필요한 것은 다 건네준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19일 중국에 이어 연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다른 행사에 참여해서도 계속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이 자신의 마약정책에 대해 비판할 것이 아니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돕는 대신 가장 먼저 비판한 것이 미국 국무부였다"면서 "오바마 대통령 당신은 지옥에나 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은 자신이 당선된 이후로 우호국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감정적이 됐다고 연설 말미에 말했다.
두테르테의 발언과 관련해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과 미국인들 사이에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같은 발언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두테르테 정부 하에서도 두 나라 정부, 기업 간의 중요한 협력은 계속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합동 순찰과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24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양국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의 폐기 가능성마저 거론하면서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최대한 두테르테의 발언을 무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에게 또다른 빌미를 주지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SCMP는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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