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형호의 상생협력(相生協力) -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와 상생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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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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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활력 유지, 경쟁 촉진, 생산성 향상 대안 중요"

[김형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유럽도시 중에는 "부르크(brug, bourg)"로 끝나는 지명이 많다. 원래 부르크는 언덕 혹은 성채를 뜻하는데, 이후 자유도시(freie stadte)로 발전했던 이 도시들은 황제를 위한 전쟁지원과 조세의무를 면제받는 특권을 누리는 대신, 지역 특산물로 황제의 재정수입을 담당해야 했다. 예컨대 잘츠부르크(Salzburg)의 경우, '소금의 성'이라는 뜻의 지명에서 드러나듯 소금이 황제의 금고를 든든하게 했다.

로마시대에는 군인들의 임금(salary, 샐러리)을 소금으로 주었다고 한다. 샐러리라는 어원은 소금(salt)에 그 어원을 두고 있으며 독일어로는 잘츠가 된다. 잘츠부르크는 내륙에 위치했지만 귀한 소금광산을 가지고 있으니 높은 소득을 누릴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와 같은 부르크에 살던 사람들이 자산이 늘어나면서 신흥 자산계급인 부르조아(bourgeois)로 성장한 것은 당연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은 기업규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입 여부에 따라 임금격차가 3배 이상 벌어졌다.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1879만 9000명)의 7.6%인 142만 7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417만원이었다. 반면 세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근로자는 488만 5000명에 달했고,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39만원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2010년 대기업 근로자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중소기업은 55.3에 불과했다. 지난해엔 49.7로 떨어졌다. 격차가 떨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본금과 종업원수 같은 규모에 따라 매출액, 순이익 등의 격차가 나타난다. 이는 성장산업과 쇠퇴산업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요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적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 임금수준이 낮아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요인이 되기도 하고 청년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총수요와 소비에 영향을 미쳐 경제 성장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불평등의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기업의 활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경쟁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 모색이 중요하다.

기업간 임금 격차해소는 정치적 이슈에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실현가능한 과제들을 하나하나씩 추진해야 한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공동노력을 통해 성과를 함께 나누는 성과공유제를 실시중이다.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파트너십, 공동 R&D 등을 대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대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중소기업의 수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협소한 국내시장을 넘어 큰 해외시장에 나선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중소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을 통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며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인구 15만명의 소도시에 불과한 잘츠부르크는 유럽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도시 중의 하나로 우뚝 서있다. 이 작은 도시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지만 시멘트와 석재, 악기와 출판업, 양조 등으로 유명한 공업도시의 면모도 가지고 있다.

이 도시가 소득이 높은 이유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근간에는 기업간의 임금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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