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4일(현지시간) 벌어진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토론회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이날 버지니아 주 팜빌의 롱우드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케인은 내내 "이걸 두둔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과 세금 문제 등을 내세우며 90분 내내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몰아세운 것이다. 그러나 노련한 정치인인 마이크 펜스는 침착하게 토론을 이어갔으며, 토론의 내용과는 별개로 안정적인 태도 덕에 이번 토론에서 다소 우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팀 케인, 트럼프 공격에 집중…끼어들기 등 다소 성급한 모습
팀 케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초반부터 공세를 퍼부었다. 케인은 “도널드 트럼프가 최고사령관이 된다는 건 우리를 죽을만큼 두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린턴은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며 “반면 트럼프는 늘 자기만 생각했다. 그는 자신밖에 모른다”고 비판했다.
본인의 자질을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클린턴의 장점에 대해 길게 설명했으며,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의 자질 부족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케인은 "어떻게 펜스 후보가 다른 사람을 모욕하고, 자신만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캠페인을 두둔할 수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모욕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에 대해 시비를 걸었던 트럼프의 발언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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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이어서 핵무장과 관련해 트럼프가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나라가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이같은 '핵확산'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에서 팀 케인은 정후보인 클린턴의 철저한 옹호자로써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빠른 말과 다소 성급한 태도로 토론 자체에서는 펜스에게 다소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인은 상대방이 클린턴을 비판하려고 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끼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인이 일부러 (펜스의) 말을 끊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다지 좋은 태도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 "마이크 펜스는 2020년 대선을 위해 뛰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마이크 펜스 주지사는 이날 토론에서 안정적인 태도와 노련한 토론 기술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토론에서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트럼프와 관련된 날카로운 질문들은 받았지만, 펜스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트럼프의 막말 등 대응하기 난감한 질문을 받았을 때 화제를 적당히 전환하는 여유를 보이면서 토론을 이끌어갔다.
케인이 트럼프의 납세의혹에 대한 공세를 취하자 펜스는 " 트럼프는 기업인이지 잔인한 정치인이 아니다"며 "그는 20년 전에 높은 세금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수천명의 고용을 창출했다"고 말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또한 여러 나라들이 핵무기를 가져도 된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두둔해보라는 케인의 도발에 맞서 오바마 정권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WP는 "토론 초반부터 편안한 모습을 보였으며, 온정적인 보수주의를 내세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푸틴을 칭찬하고 나토의 역할을 폄하한 트럼프의 여러 발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방어를 못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 케인이 철저하게 힐러리 클린턴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2인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펜스는 트럼프가 아닌 공화당의 보수주의적 가치를 옹호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인 복스(Vox)는 지적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토론으로 마이크 펜스는 2020년이나 2024년 차기 대선 때 유력한 공화당 후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핵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케인 후보가 “북핵 프로그램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으며, 펜스 후보 역시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 정책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말해 한반도 비핵화·대북 압력에 있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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