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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로만손 등이 공동출자해 만든 SM면세점은 지난해 7월 무려 14대의 1의 경쟁률을 뚫고 특허를 따냈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 1, 2분기 연속 실적이 부진하다. 서울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건물에 마련된 SM면세점 전경. [사진=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관세청이 전날 서류 접수를 마감한 중소·중견기업 대상 면세점 입찰이 예상 밖 흥행을 거둔 것으로 5일 집계됐다.
서울과 부산, 강원 지역에서 각각 1곳을 선정하는 이번 입찰을 두고 한때 ‘유찰’이 우려될 정도로 업계 주목도는 낮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서울은 총 5개사, 부산 3개사가 각각 입찰, 경쟁률이 제법 높았다. 다만 강원은 단 1곳만 입찰했다.
서울 지역에선 △신홍선건설(입지 : 신당동 제일평화시장) △엔타스(창천동 거화빌딩) △정남쇼핑(명동 정남쇼핑몰) △탑시티(신촌동 민자역사) △하이브랜드(양재동 하이브랜드몰) 등이 나서 5대 1의 경쟁률이 됐다. 다만 지난해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서는 면세점 열기가 다소 시들해진 것으로 보인다.
부산 지역은 △부산관광면세점(남포프라자) △부산면세점(용두산공원 내) △부산백화점(무역회관 인근) 등이 입찰에 나섰다. 강원은 알펜시아(평창 알펜시아리조트)만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중견·중소면세점 입찰 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상 마지막 티켓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2년간 신규 특허 허가로 인해 시내면세점 시장은 포화상태다.
12월 입찰결과가 발표되면 현재 9개인 서울시내 면세점은 13개로 늘어난다. 2014년 6개에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라, 더 이상의 추가 입찰은 없을 전망이다.
향후 10년의 운영권을 보장받는 것도 포기할 수 없는 대목이다. 관세청은 과거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면세점 사업권을 5년마다 갱신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10년간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수익성인데,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하나투어·로만손 등이 공동출자해 만든 SM면세점은 지난해 7월 무려 14대의 1의 경쟁률을 뚫고 특허를 따냈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 1, 2분기 연속 실적이 부진하다. 구체적으로 △지난 1분기 67억원 △2분기에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상반기에만 14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불똥은 모기업인 ‘하나투어’로 튀었다. 연결실적 기준으로 하나투어 역시 2분기에만 2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기업 전체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M면세점의 초반 손실 규모가 예상과 달리 꽤 커지고 있다”면서 “명품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에 따라, 판매 실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확실히 대기업 면세점에 비해 중소·중견기업의 실적 리턴은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면세점은 기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 등과 달리 운영사가 브랜드 유치부터 물건 구매까지 책임져야 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업종이다.
실제 롯데, 신라면세점 등은 오랜 기간 다수의 명품 매장 입점 노하우와 ‘모객 파워’를 통한 구매력이 같은 대기업 계열인두타(두산), 갤러리아(한화), 신세계 등을 압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면세점과 중소기업 면세점 간의 양극화 현상은 허가가 늘어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전략으로 모객을 못하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관세청이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중소기업 면세점 허가를 늘렸지만, 향후 3~4년 뒤면 덩치를 키울 대로 키운 대기업 면세점 위주로 다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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