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수출부진에 내수경기 불안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데다, 산적한 대내외리스크에 따른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정부의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추경에 이어 또다시 재정보강책을 마련할 만큼, 한국경제의 정책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다는 데 있다. 목표한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정부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민간부문 기초체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류대란·파업·태풍피해·美 금리인상 등 사방이 악재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역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관련 업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하역 이후에는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파업과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 역시 암초로 급부상, 전체 산업생산은 물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내수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는 데다, 정부가 7월 발표한 노후 경유차 교체시 개소세 감면 조치도 국회 입법 지연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때아닌 가을 태풍 차바까지 몰아쳐 현대자동차 공장 침수로 가동중단 사태가 빚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태풍 피해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지역경기가 침체된 부산과 울산 등 경남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외여건도 어둡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북한의 핵도발까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와 주요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국내 금리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2분기 말 기준 1257조원으로 임계점에 다다른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 정부 재정패키지로 2.8% 달성?
정부는 4분기 한국경제 위기를 재정보강 및 민간의 소비여력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 목표치인 경제성장률 2.8%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5%였다. 2분기는 0.8%로 양호한 성장률을 보였다. 3분기와 4분기 0.7~0.8%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4분기 우리 경제에 여러 하방위험이 있지만 정책노력을 다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8%를 달성하거나, 최대한 근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목표 성장률 달성에 의구심을 보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외수가 모두 좋지 않고 투자심리 위축,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감소, 수출·수입 감소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감소 등 위기감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의 재정보강 대책은 위기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에 재정보강에 나선 것은 경제상황이 위중하다는 신호"라며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분기까지는 개소세 인하와 같이 정부 쪽에서 돈을 푼 효과가 있었지만, 4분기에는 아무 조치가 없다"며 "정부에서 별다른 조치없이 이대로 가면 2.8%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이 이번 대책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재정보강 효과는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일 것"이라면서도 "올해 2.8% 성장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정책에 기댄 한국경제 취약성…내년은 어떻게?
문제는 이번 재정보강이 정부의 정책 유무에 따라 출렁이는 한국경제의 취약성 탓에 나온 선택이라는 것이다. 겨우 2%대 성장률을 기록 중인 한국경제는 정부 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실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로 이 가운데 재정 기여도는 0.8%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재정을 통한 정부 소비가 0.5%포인트, 정부 투자가 0.3%포인트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5%였는데, 민간 부문 기여도는 제로(0)인 반면 정부 기여도는 0.5%포인트에 달했다. 정부 재정을 제외하면 사실상 성장이 멈춘 것이다.
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끝나자마자 소매판매가 22개월 만에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하는 등 정책효과가 사라지며 자동차의 판매와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
이번 재정보강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8% 달성에 성공하거나 근접할 수는 있겠지만 민간부문이 활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정부가 재정을 쥐어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경제체질 개선이 없는 한 재정을 통한 성장은 일시적 성장에 불과하다"며 "단기적 재정정책의 불가피성을 인정해도 민간 부문에 활력을 넣는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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