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우리의 바로 옆집인 중국에는 엄청난 의료시장(醫療市場)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병원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중국은 급속한 경제적 발전은 이루었으나, 의료분야의 발전은 더디다. 의료산업의 특성상 일조일석에 양질의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도 의료개혁과 의료기관의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민초들은 '칸빙난,칸빙구이(看病難,看病貴·진료받기도 어렵고 비싸다)'를 외친다. '꽌시(關系·인맥)'나 '훙바오(紅包·돈 봉투)를 앞세우지 않으면 유명의사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의료 기술과 서비스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거의 유일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서양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가진 의료인들이 중국의 병원에서 진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현지에 적응하기 어렵다. 일본인 의사 앞에서 중국 여인이 자기의 치부를 드러내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의료 기관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가?
첫째, 한국의 병원은 오랫동안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되어 왔다. 병원이 해외로 진출하여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인들은 의료를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한국에서는 지적 능력이 뛰어난 우수한 인재 집단이 의대를 가지만, 글로벌마인드(Global Mind)는 매우 부족하다. 종합병원의 과장급만 되어도 현실의 삶에 만족하여 해외로 나가는 것을 꺼린다. 세계는 의료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의료인들은 조그마한 리스크에도 발을 뺀다.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결여되어 있다. 글로벌 마켓을 개척하지 않는 것이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더 위험한데도 그러하다.
셋째, 우리의 법과 제도는 변화하는 세계 정세나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나 국회는 의료산업을 우리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여 영리병원의 허용, 병원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형 병원들은 국영이다.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교섭하는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한국병원의 해외진출의 강점은 무엇일까?
첫째, 우리의 우수한 의료기술 수준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의대는 가장 머리 좋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의대생들은 본과 과정은 물론 인턴과 전문의 과정을 거치면서 철저히 훈련을 받는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의료 기술을 가지고 있다
둘째, 중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중국의 대도시는 멀어도 한 두 시간이면 비행기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한국은 서양의 의료기술을 놀랄 만큼 동양화하여 진료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서양인들이 가지지 못한 동양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에는 별로 이질감이 없다. 조금만 노력하면 언어의 장벽조차도 쉽게 넘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셋째, 우리의 의과대학이나 대학부속 병원은 중국인 의료인들을 단 기간에 교육 및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험 많은 은퇴기의 의사들을 잘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끝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술은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아니다. 의료는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구하여, 수명을 연장 할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인간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병원의 중국진출은 비즈니스로 돈을 벌 수 기회뿐만 아니라, 의료를 통하여 양국이 더욱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데 매개 역할을 할 수가 있으니 더욱 매력적이다.
조평규 중국 연달그룹 집행동사장, 경영학 박사 (pkcho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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