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정체공기'는 놀라운 곡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밋밋하게 들릴 수 있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사운드가 풍성해 놀라게 된다. 평범한 듯 하지만 꽉 찬, 오리엔탈 쇼커스 자신들의 정체성과 닮았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리엔탈 쇼커스는 신곡 '정체공기'에 대해 "기존에 우리가 했던 음악과 다른 시도, 라이브 스타일과 상반되는 느낌의 그런 곡"이라고 설명했다. '짜잔!' 하는 화려한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체공기'는 실로 대단하지 않다 할 수 없다. 나긋나긋한 멜로디에 7인 멤버들 각자의 사운드를 모두 담았고, 조화시켰으니까.
"잘못하면 중구난방이 되는 거죠. 저희는 하나를 특정짓지 않고 여러 장르를 하려고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소리를 내는 데 고민이 되긴 돼요. '얘네는 뭐 중구난방으로 하는 거냐'는 말은 들으면 안 되잖아요. 각자 활동하던 게 실로 다르고 장르도 멤버들이 각자 다른 걸 하고 있어서요. 다른 장르를 흡수시켜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저희가 가진 장점이자 또 한편으론 단점이기도 하죠. 저희가 좀 더 열심히 해야 될 부분이고요." (장철호)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한동안 과도기에 있었다고 고백했다. 재즈, 레게, 팝 등 여러 장르를 결합시키는 과정은 '오리엔탈 쇼커스의 음악은 그래서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들은 "브라스가 가미되면 레트로해질 수밖에 없"지만 "멤버들이 모두 팝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올드하고 빈티지해질 수 있는 사운드에 팝적인 사운드를 접목시키려 했다"고 설명했고, "1집은 우리 색을 찾는 과정 가운데 한 단계였다. 사춘기일 수 있다"고 자평했다.
각자 멤버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건 인터뷰 곳곳에서 발견됐는데, 가장 늦게 팀에 합류해서 "존재감이 개미만하다"고 하는 김기원의 경우 재즈를 너무 오래 해서 오리엔탈 쇼커스에 맞는 의상조차 없었다고 한다. 보컬 그레가 공연하기 전에 "너 오늘 이렇게 입어"라며 사진을 보내주면 그대로 옷을 사서 입고 무대에 오르는 날도 있었다고. 기원은 "10년 동안 재즈만 해서 그렇다"고 하기도 "몸에 흉터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기도 하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기 위해 가상 악기 사운드를 1000여 개 씩이나 들으며 곡과 매치하고 사운드를 추리는 작업을 했다는 얼라는 자신들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 '정체공기'에 멤버들도 모르는 모스부호를 넣었는데, "노래에 비밀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궁금해서라도 한 번 더 들어보지 않겠느냐"는 게 그 이유다.
보이지 않는 음원이 날아다니는 시장에서 밴드가 정규앨범을 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들은 그것도 모자라 국내에서는 프레싱도 안 되는 LP까지 발매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눈감으면'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싱글 네 장을 발매한 결과다. 여기에 미발표곡들을 추가해 정규앨범 '오리엔탈 쇼커스'가 나왔다. 팀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조진성은 "지난해부터 정규 1집을 목표로 마라톤을 했다"고 회상했다.
앨범에는 원테이크로 녹음한 '자연스럽게', 멤버들 모두의 목소리가 담긴 '스윙 위드 미', 가장 재즈의 향기가 짙어 "10년 동안 재즈만 했다"는 기원이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블라인드', 이번 앨범의 첫 번째 음 격인 '눈감으면' 등 10곡이 수록돼 있다. 7인조 브라스 밴드 오리엔탈 쇼커스의 다양한 변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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