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문제 삼으며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협하자 영화인들은 영화제 보이콧으로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일부는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프로듀서조합 등 4개 주요 영화단체는 부산시 사과 없이 진행된 영화제를 거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운대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부대 행사는 예년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었는데 그마저도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가 모두 취소됐다.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개막식 후 삼삼오오 모여 소주를 기울였던 해운대 포차촌도 파도에 잠식된 듯 잠잠했다. 영화제 때면 호황을 누렸던 해운대 시장 상권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은 “축소된 영화제보다는 태풍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부산에 태풍이 온 건 정작 5일 반나절뿐이었지만 언론에서 유난스럽게 보도해 관광객이 확연히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6일 낮에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TV에선 여전히 차파 피해를 전했다. 부산에 모인 영화인들도 “김영란법 위반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없다”며 숙소를 지킨 탓에 분위기는 더욱 위축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워낙 조용하게 치러지는 통에 부산시민들도 관심도가 뚝 떨어졌다. 15년째 부산에서 택시를 모는 김(56) 모씨는 “10월에 해운대가 꽉 막히면 ‘아 영화제가 열리나 보다’ 했는데 올해는 워낙 한산해서 영화제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영화제 때면 몰려드는 관객과 영화인 때문에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해운대 주변 숙소에도 빈방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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