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서 꿩으로
천수를 누리는 꼽추
남백자기(南伯子綦)라는 사람이 상구(商丘)에 놀러갔다가 거창한 나무를 보았는데, 보통 나무와는 달라, 수레 1000대가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자기가 “이 무슨 나무야? 이 나무는 분명히 보통나무와는 다른 쓸모가 있겠지?”라고 말하면서 위로 가지를 올려다보니, 꾸불꾸불 꼬부라져 기둥으로도 들보로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래로 큰 둥치를 보니 나뭇결이 꼬여서 널감으로도 쓸모가 없어 보였습니다. 잎을 핥으면 입이 부르터 상처를 입고, 냄새를 맡으면 취해서 3일간 깨어나지 못할 정도였답니다.
자기가 중얼거렸습니다. “이 나무는 정말 재목으로 전혀 쓸모가 없네. 그래서 이처럼 거목으로 자란 것이로구나! 신인(神人)들도 이처럼 속세 사람들의 보통기준으로 보기에는 무용지물이었을 것이야!”
송나라 형씨(荊氏)라는 지방은 가래나무, 잣나무, 뽕나무가 잘 자라는 곳입니다.
그중에 한 손으로 쥘 정도보다 굵은 나무는 원숭이를 맬 말뚝 감으로 베어가고, 서너 아름되는 나무는 집 짓는 사람이 들보 감으로 베어가며, 일곱 아름이나 여덟 아름의 나무는 귀족이나 부자들이 널감으로 베어가지요. 그래서 이런 나무들은 제 수명을 살지 못하고, 중도에 도끼에 찍혀 죽습니다. 이거야말로 쓰임새가 있기에 당하는 재난입니다.
또 예로부터 무사(巫師)들은 죄를 면하고 복을 빌기 위해 황하에 제사를 지낼 때, 흰점박이 소나 코 구멍이 젖혀진 들창코 돼지 또는 치질을 앓는 사람은 제물로 바치지 않았습니다. 무사들은 이들을 상서롭지 못해서 재앙을 불러온다고 알고 있지만, 신인들은 오히려 이들을 아주 상서로운 것으로 여기지요. 미녀는 아름다워서 강 제사의 희생물이 되기도 하고, 전쟁에서 적군에게 끌려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쓸모없는 듯이 보이고, 불길한 듯이 보여 재앙을 피해갑니다.
지리소(支離疏)라는 사람은 턱이 배꼽아래에 있고, 어깨는 머리 꼭대기보다 높고, 상투는 하늘을 향하고, 오장(五臟)의 경혈부분이 위로 올라갔으며, 두 넓적다리가 옆구리에 닿아있는 꼽추입니다. 그러나 바느질이나 빨래를 해서 생활하고, 남이 흘린 곡식을 주워서 키로 까불어 열 식구를 먹여 살렸습니다.
나라에서 징병할 때도, 사람들 사이를 당당히 걸어 다녔으나 데려가지 않았고, 나라에 큰 공사를 하는 때에도 성한 몸이 아니라 언제나 면제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라에서 병자에게 주는 3종(鍾·양을 재는 단위)의 쌀과 열 다발의 땔 나무를 받았지요.
이처럼 몸이 온전하지 못해 지리멸렬(支離滅裂)한 꼽추도 몸을 잘 보존하며 천수를 누리고 사는데,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천수를 누리며 살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겠습니까? 생명은 세상의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천부인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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