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렌더팜 구축사업에 기금운용계획변경으로 100억4000만원의 추가 예산을 확보했다.
렌더팜 구축사업은 당초 관련예산이 38억원 이었으나 이번 추가 예산 확보로 138억4000만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9일 전재수 의원(부산북구강서구갑·더불어민주당)이 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내부 토론이나 공청회, 간담회등의 영화계 의견수렴절차도 없이 한 직원의 기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최초의 렌더팜 구축관련 업계의견 수렴은 지난해 1월 23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애니메이션제작사, 영상합성전문기업, CG/VFX 제작사 등이었다.
왜 처음부터 영화현장의 목소리만 빠져있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그리고 총 6번의 업계의견수렴, 외부 기술자문회의, 외부 전문 간담회가 진행됐지만 단 한건의 사전 기안문서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딱 1건의 회의록과 출장비를 받기위한 6건의 결과보고서만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섯 번 모두 CG·VFX 업계 관계자들만 만났으며 영화현장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이 사업계획은 2016년 190노드(38억원), 2017년 255노드(58억5000만원), 2018년 255노드(58억5000만원)로 총 700노드에 155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이었으나 갑작스런 영진위의 기금운용계획변경으로 2016년 한해에 700노드 구축, 138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변경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렌더팜 장비의 수명은 보통 3년이면 노후화 돼 3년을 주기로 신규장비로 교체해야 한다. 2017년~2019년 까지 연간 유지·보수 비용으로 19억원이 필요하며, 2020년 이후부터는 연간 28억원의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마다 신규장비 교체에 100억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예산확보에 대한 계획없이 진행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는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고가이기 때문에 렌더팜 관련 상용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별도로 만들어 소프트웨어를 국산화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700노드 구축으로 연간 355억원의 해외 수주를 통한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나, 외부 전문가들은 비싼 유지관리비로 인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재수 의원은 "영화발전기금은 영화 창작지원에 쓰여야 한다"며"140억 투자에 355억의 매출이 예상되는 사업이라면 민간 영역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체 왜 이렇게 서둘러서 사업을 진행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이라도 영화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초 박환문 사무국장 등 4인은 수의계약 심의 위원회를 열었고, 향후 LG엔시스와 구축 설계 용역 계약을 수의로 체결했다.
3가지의 수의계약 사유를 들었으나 '사정이 급박해 경쟁에 붙일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라는 이유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며 급박한 사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다.
렌드팜 구축 관련 견적서를 제출하라는 전재수 의원의 요구에 회사 이름만 삭제하고 견적서를 제출 했으며, 회사명을 밝히라고 하자 며칠의 시간이 지난 후 가견적서 제출업체가 LG엔시스임을 밝혔다.
향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했는지 한참 후에야 예가견적서라며 LG엔시스, 쌍용, KT의 견적서를 제출했다.
잰재수 의원실에서 관련업계에 문의한 결과 대개의 경우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위해 설계용역단계부터 수의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혀졌다.
전 의원은 "10월에 진행이 예정된 조달청 발주는 특정 제품, 특정 사양, 특정 회사를 지정한 제3자단가 계약으로 공고가 나지 않길 바란다"며 "견적입찰공고일지라도 정성평가 점수 비중이 크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G·VFX 기술이 적용된 영화중 렌더팜 작업 비용과 소요시간에 대한 조사와 향후 수요조사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영화계에선 진행상황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해 총 예산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기금운용계획변경 진행은 국회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규정에 따라 국회에 조차 알리지 않고 진행돼 오다 전재수 의원에 의해 관련진행 사항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기금관리주체는 세부항목 또는 주요항목의 지출금액을 변경한 경우엔 분기별로 분기만료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말일까지 그 변경 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렌더팜 관련 기금운용계획변경에 대한 기재부 승인일은 8월 31일이다. 영진위의 계획대로라면 이번 달 중순에 입찰공고가 나간 후 이번 달 말에 국회에 보고 하게 되는 수순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전재수 의원은 "현행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의 사업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기관 등이 발주한 사업에 대기업 및 상호출자제한에 속하는 회사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렌더팜 구축사업을 대기업의 공공소프트웨어사업자 참여제한 예외사업으로 신청한 영진위는 명확하게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특정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사업이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렌더팜 구축 관련, 관련 업계와 협회 등의 의견수렴과 렌더팜 활성화 방안 연구를 통해 업계 설문조사 및 인터뷰 등을 진행, 사업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렌더팜 구축사업' 예산은 사업계획(안) 수립 단계부터 3개년 구축, 계획해 기재부에 사업효과성을 인정받아 최종 승인을 받았으며, 총 소요예산이 약 180억원"이라면서 "이 사업의 재정확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지원 효율성 강화를 목적으로 총 구축예산 범위내에서 시설구축예산 100억원의 집행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언급된 수의계약 체결에 대한 내용은 현재 발주도 나가지 않은 사업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렌더팜 스펙은 다양한 제조사가 경쟁가능한 공통스펙으로 발주할 예정"이라며 "조달청에서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전규격공고를 통해 해당 스펙을 공개, 입찰 참여에 관심있는 업체들로부터 모든 스펙을 검증받는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금운용계획변경 진행을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기금운용계획변경에 대한 국회 보고는 위원회의 직접보고가 아닌 소관부처에서 국회에 일괄보고하는 사항"이라며 "관련 건에 대해선 10월말 국회 보고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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