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브랜드에서 가장 갖고 싶은 브랜드."(권일권 기아차 브랜드전략실장)
지난 6일 현대자동차그룹에는 연달아 낭보가 이어졌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 현대차가 35위에 오르고 기아차는 처음으로 60위권에 진입, 69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인터브랜드의 발표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브랜드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줬다.
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실제로 불과 십수년전만하더라도 현대·기아차는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주요 농담 소재에 불과했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싸구려 자동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시절이었고 딜러는 물론 직원들조차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었다. 현대차가 이런 상황이니 기아차로서는 이야기도 꺼내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와 기아차는 품질은 물론 브랜드 가치에 있어서도 여타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아니 오히려 그들보다 앞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지난 2005년 1월 신년사에서 “애써 만든 자동차를 제값 받고 팔 수 있어야 한다”며 글로벌 브랜드 경영을 대내외에 선포하며 브랜드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고, 그 해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처음 진입했다.
이후 현대차는 11년간 브랜드 가치가 3배 이상으로 올랐고, 2011년 이후 브랜드 가치는 매년 평균 약 18%씩 성장해 업계 최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2012년 87위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첫 진입 후 4년 만에 69위로 선정되며 18계단 상승, 브랜드 가치 총액의 연평균 상승률 11.52%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올해 6월 ‘2016 신차품질지수(IQS)’ 평가에서 기아차를 1위에 올렸다.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이다. 또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레드 닷 어워드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상을 수상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내부 논의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현대차는 미래 브랜드 전략 방향으로 '혁신성'과 '다이내믹'이 가미된 '브랜드 다변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성장 동력 발굴과 판매량 증대를 겨냥해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론칭,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브랜드 입지를 다지며 새로운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또 미래 모빌리티 시대 실현과 브랜드 가치의 성장을 위해 아이오닉 프로젝트와 고성능 'N' 브랜드 전략을 짜고 있다.
김민수 현대차 브랜드 전략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현대차는 혁신성과 다이내믹함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 (현대차의)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네시스를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리했고, ‘프로젝트 아이오닉’, ‘고성능 N' 등을 만들어냈다"며 "브랜드 다변화 전략을 통해 현대차가 가진 약점을 극복,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친환경'만으로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 실장은 "(현대차는) 친환경차를 넘어 미래의 ‘탈 것’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브랜드 방향성을 '소유'라는 한 마디로 정의했다. 권일권 기아차 브랜드 전략실장은 "지금까지 기아차를 알리는 단계였다면 다음 단계는 '가장 갖고 싶은 브랜드'로 성장하게끔 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기아라는 브랜드는 하나의 유기적인 인격체"라며 "애플의 경우 오롯이 고객의 힘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자발적으로 고객이 브랜드를 확산시킨다. 기아차 역시 고객이 스스로 소유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브랜드 가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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