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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칼럼] 대ㆍ중소 금융사 역할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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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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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 KR선물 고객자산운용본부 이사 / 숭실대 겸임교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얘기한다. 펀더멘털 면을 보면 과거보다 정책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자산가격 방향성도 과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해졌다.

투자는 투자자가 투자손실 위험을 부담하면서 투자수익을 노리는 행위다. 과거와 금융시장이 바뀌었다는 것은 투자자가 수익을 얻는 수익원이 바뀌었고 부담해야 하는 위험요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자산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면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수익을 얻는 인덱스 상품보다는 자산가격의 등락에 따른 수익을 얻는 변동성 상품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나 발행사들의 어려움과는 달리 투자자들이 파생결합증권(ELS)에 갖는 관심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LS는 일부 투자자들의 생각과 달리 변동성 상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운용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안정적 경제상승과 상대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적었던 과거의 시장에서는 사람이 아날로그적인 판단에 기초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에서 위험이 발생하고 그러한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다양해졌다. 사람이 그런 복잡하고 많은 요인을 빠른 시간에 분석하고 그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바둑에서 만난 알파고를 이제는 금융에서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시장참여자들이 오랫동안 금융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산가격의 방향성을 예측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시장을 이해하고 결과치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금융환경이 바뀌었고 자산가격에 대한 분석이나 투자포트폴리오의 구성에 조금씩 사람의 직접적 역할이 축소돼가는 과정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10월부터 시작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베드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시도는 그 구체적 증거일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금융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대형 금융기관들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신용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금융상품 운용에도 적용이 될지는 의문이다. 수 년 전부터 주식롱숏, 헤지펀드, 전문사모펀드 등이 우리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운용성과 역시 담당하는 회사의 규모에 영향을 받았을까. 오히려 소규모일 때 잘하다가 회사가 커지면 성과가 부진한 결과를 보지 않았나. 오히려 실제 운용은 소규모 운용주체가 담당하고 판매나 관리 고객에 대한 대응은 큰 규모의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구조가 바람직할 수 있다. 해외에서 대형 투자은행이 헤지펀드 중개전담회사(PBS) 역할을 통해 소규모의 다양한 헤지펀드를 선택하고 고객에게 권유하는 모습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은 대형화가 필요한 분야다. 투자도 투자상품관리 및 고객관리는 대형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투자와 운용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량있는 소규모 운용 주체들이 담당해야 한다. 일부 증권사들이 자문사를 관리하면서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은 우리 시장도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로보어드바이저 및 인공지능도 대형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것에만 의존하지 말고 소규모 역량있는 회사들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대형 금융기관과 소규모 운용주체들의 역량이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성과를 제공하고 투자자, 금융기관, 그리고 운용주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완전경쟁인 투자의 세계에서는 회사 규모나 운용규모가 오히려 경쟁력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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