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역사상 가장 추악한 토론이었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두번째 TV 토론회가 끝난 뒤 이렇게 평가했다. 두 후보가 악수도 없이 시작한 이날 토론은 네거티브로 점철된 90분이었다. 음담패설 및 성추문에 대한 상대편에 대한 공격이 오갔으며,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생산적 토론보다는 상대방의 단점을 헐뜯기가 90분 시간 대부분의 채웠다.
◆ 트럼프 음담패설 VS 클린턴 성추문…"부끄러운 대결"
이날 토론은 90분간 사회자를 비롯해 일반 방청객들까지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CNN의 앤더슨 쿠퍼와 ABC 마사 래대츠 기자가 공동으로 진행을 맡았다.
토론 시작부터 트럼프는 강력한 방어에 나섰다. 음담패설 테이프 유출로 최대 위기에 놓은 트럼프는 "그건 그냥 밀폐된 공간(locker room)에서 사적으로 한 말에 불과했다"고 말하면서, 공격의 날을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의 성추문과 이메일, 그리고 IS로 겨냥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우리가 지난 주말에 보고 들은 것은 트럼프가 여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와, 그가 여성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트럼프는 테이프의 내용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말해주지는 않는다고는 했지만, 녹음된 내용은 그가 누군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공세를 가했다. 클린턴은 이에 더해 "(트럼프는) 여성뿐 아니라 이민자, 흑인, 라티노, 장애인, 전쟁포로, 무슬림들을 모욕한다"면서 공격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기존의 공화당 대 민주당의 대결과는 다르면서 공직에 복무를 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격에 트럼프는 이메일 공세로 맞섰다. 클린턴이 사적인 이메일을 사용했으며, 3000통이 넘는 양을 삭제했다면서 특검을 실시해 "당신을 감옥에 넣겠다"면서 거친 공격을 이어갔다.
◆ "트럼프 악재 넘기엔 역부족"…세금, 고액강연 등 약점 물고 격투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는 최악의 악재를 넘어서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이 약점인 이메일과 과거 공직자로서의 기록 등을 물고 늘어졌다. "(트럼프의) 생각보다 강력한 공세는 공화당의 혼돈을 다소 막을 정도의 효과는 있었지만, 악재를 완전히 극복할 정도는 되지 않았다"고 CNN은 평가했다.
트럼프의 납세 문제는 1차 토론에 이어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 이에 트럼프는 자신이 사업할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클린턴을 탓하면서 "상원의원일 때 (세금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서 " 상원의원 때 (세금)제도를 바꾸지 않았냐 하면 당신의 모든 친구가 내가 했던 것처럼 세금제도를 이용했기 때문이다"라고 클린턴을 몰아붙인였다. 이에 클린턴은 트럼프의 계획이 부유층과 기업들에게 사상최대의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통해 클린턴이 과거 금융회사들을 위한 비공개 강연에서 한 말도 공방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클린턴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노예제도 철폐를 담은) 수정헌법 제13조를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과정이 주제였다"면서 "때로는 당신들이 원하는 일을 의회에서 승인받을 수 없겠지만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클린턴은 곧 이번 이메일 공격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다면서 "다른 국가가 우리의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작전을 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면서 "물론 그들이 당선되길 바라는 후보는 내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러시아와 트럼프의 우호적 관계에 대한 의혹을 우회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클린턴)이 은행업계에 있는 친구들을 위해 한 말들을 가지고 클린턴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공격했다.
두 후보는 상대방에 대한 격한 공격을 토론 내내 이어갔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개탄스럽다"라고 표현한 힐러리 클린턴을 두고 마음 속에 '증오'가 가득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역시 트럼프가 "자신의 만의 현실에 사는 사람"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힐러리 클린턴과의 두번째 TV토론을 약 90분 앞두고 토론장 인근 세인트루이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폴라 존스와 캐시 셸턴, 후아니타 브로드릭, 캐슬린 윌리 등 과거 빌 클린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4명과 함께 등장해 상황의 반전을 꾀하기 위해 깜짝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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