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21회 BIFF 개막작 '춘몽', 타인의 꿈을 들여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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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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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영화 '춘몽' 속 예리, 종빈, 익준, 정범[사진=영화 '춘몽'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위치한 작은 술집 ‘고향주막’에는 모두의 여신, 예리(한예리 분)가 있다.

예리는 한물간 건달 익준(양익준 분)과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탈북자 정범(박정범 분), 어수룩한 건물주 아들 종빈(윤종빈 분)을 돌보고 때로는 의지하며 지낸다. 변변찮은 수색동 3인방이지만 예리와 함께 서로의 모나고, 모자란 부분을 채우며 하릴없는 날들을 지낸다.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꿈같은 일상이지만, 불쑥 낯선 남자가 ‘고향주막’을 찾으며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낮도 밤인 것 같고, 밤도 낮은 것 같은 이들의 하루하루에 어떤 ‘변화’가 찾아온다.

영화 ‘춘몽’(감독 장률·제작 ㈜률필름·제공 ㈜스톰픽쳐스코리아·배급 ㈜프레인글로벌 ㈜스톰픽쳐스코리아)은 장률 감독의 10번째 장편영화이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작이다.

흑백영화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춘몽’이라는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 꿈과 현실의 모호함을 그리고 있다. 마치 타인의 꿈을 들여다 보는 듯, 산재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는 시종 나른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이어진다. 

파편화된 이야기들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종국에는 모두의 ‘춘몽’을 풀어내며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반복을 이어간다. 이는 장률 감독이 새롭게 만들어낸 어떤 리듬이기도 한데 이야기 전반적으로 깔린 기묘한 서글픔은 장률 감독의 유머와 어울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네 남녀의 관계 역시 흥미롭다. 에로틱하면서도 모자지간 같은 이들의 관계는 아슬아슬하면서도 단단한 ‘춘몽’만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감독이자 배우인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이들은 각각 자신이 연출한 ‘똥파리’, ‘용서받지 못한 자’, ‘무산 일기’ 속 캐릭터의 연장처럼 보인다. 전작 캐릭터들의 변주 역시 ‘춘몽’의 재미 중 하나다.

모두의 연인, 예리 역시 매력적이다. 배우 한예리는 한낮의 꿈처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예리를 표현해 ‘춘몽’의 대표 이미지이자 매력 포인트를 잘 살려냈다. 10월 13일 개봉이며 15세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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