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기댄 오후의
낮고 긴 가을볕이
가벼워 슬프다
이제야 알았다
가벼움이 슬픔이란 것을
눈을 맞출 수 없는
수치란 것을
고개를 숙여
닳은 발끝을 보니
저무는 계절의 물무늬들
빗살처럼 번져
정강이를 넘는
바람 난 단풍
그리고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가볍던 그대의 등이
그리워 슬프고
슬퍼서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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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았다. 며칠 가을비 끝은 맑게 갠 하늘이다. 등 뒤로 비친 햇살이 따스하다. 그 볕이 새털같이 가볍다는 느낌, 내가 아는 혹은 알던 사람들의 등이 너무 가벼워 보여 슬프고 슬펐고, 그 가벼움에 못 다한 마음 씀 때문에 수치스럽고 그것이 그립다. 요즘 그리운 사람들이 많은 날들이다. 꼼짝없이 며칠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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