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 장교로 복무중인 A씨는 후보생 시절 훈련소에서 전투복·전투화·전투모 등을 지급받고 깜짝 놀랐다. 58호 모자를 착용해야 하는 A씨는 자동체형측정기가 치수를 잘못 잰 탓에 55호 모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투화는 자동체형측정기 측정값에 따라 240mm를 배부받았다. 실제 A씨의 발 치수는 265mm였다. A씨는 창고에 가서 몸에 맞는 전투화와 전투모로 바꿔달라고 해야 했다. A씨는 전투복도 몸에 비해 크게 느껴졌지만 교환이 번거로워 그냥 입기로 했다.
각 군은 3차원(3D) 스캐닝으로 신체치수를 재는 '자동체형측정기'를 도입해 후보생과 훈련병에게 전투복·전투화·전투모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후보생과 훈련병 10명 중 6명은 기계측정값으로 처음 지급받은 피복이 몸에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당 약 1억 원인 자동체형측정기를 이용해 후보생·훈련병에게 전투복 등을 지급하는 방식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갑)이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각 군 후보생과 훈련병 135,928명의 자동체형측정기 측정값과 실제 신체 치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57%(77,127명)가 측정값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각 군에서는 자동체형측정기 총 14대(육군 8대, 공군 2대, 해군 1대, 해병대 3대 보유)를 운용하고 있다. 공군은 2005년부터 후보생과 훈련병에게 피복을 지급할 때 이 기계를 사용하고 있고, 육군과 해병대는 2011년부터, 해군은 2012년 자동체형측정기를 들여왔다.
그러나 해군은 "자동체형측정기의 정확성이 떨어져 이를 기반으로 피복을 지급하면 교환사례가 빈번해 오히려 교육 일정에 차질을 빚는다"고 밝혔다. 자동체형측정기의 무용성을 군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도 각 군은 기계의 내구 연한이 도래하면 자동체형측정기를 재구매할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김 의원은 "군에 갓 입대한 후보생·훈련병들이 자동체형측정기 때문에 몸에 맞지도 않는 피복을 받아 일일이 다시 치수를 재고 피복을 재교부받는 번거로움이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예산을 들여 장비를 사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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