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얼마 전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탈북한 책임을 물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속 상관을 숙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정치와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의 영향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 보위를 위해 주민 동향감시와 '반혁명분자' 색출 임무를 담당하는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 보위부의 간부가 지난해 탈북해 국내로 들어왔다. 보위부 간부의 탈북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실상 김정은 정권에 균열이 일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소식통은 보위부 국장급 인사의 탈북 소식을 전하며, 이 인사가 우리 정부 관계 기관 면담에서 김정은에 대한 평양 민심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평양 민심이 뜨겁다는 진술을 관계기관 면담 과정에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양 민심이 뜨겁다'는 언급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북한 주민의 민심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진술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정권 보위기관인 보위부 고위 인사의 탈북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 위원장의 정권 유지 방식과 주민 감시체계와 관련한 은밀한 정보를 관계기관에 진술했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민심 동향을 파악하는 업무를 한 이 인사는 누구보다 북한 주민의 민심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당시 보위부 국장급인 이 인사의 탈북과 관련해 "튀다 튀다 이제는 보위부까지 튄다(달아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위부 부장은 김정은 시대의 거듭된 숙청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 김원홍이다. 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북한 내 실질적인 2인자라는 평가도 있다.
보위부의 국장은 군 장성이 맡는 경우가 많아 이 인사도 군 출신이라면 장성급일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탈출하는 '생계형 탈북민'이 대부분이었지만,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로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견디지 못하고 한국행을 택하는 북한 간부들이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2270호)를 하면서 해외 파견자를 중심으로 엘리트 탈북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민은 103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4명)보다 21% 늘었다.
이런 북한 고위급 탈북러시 현상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통치자금이 줄어들면서 북한 간부들의 충성심이 약화하고 이를 다잡기 위한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피해자는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탈북한 책임을 물어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궁석웅은 외무성 부상(우리의 외교부 차관급)이다. 그는 최근 가족과 함께 지방에 있는 협동농장으로 추방됐고 정치적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인 노동당에서 출당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올해 72살로 1998년 외무성 부상에 임명된 뒤 20년 가까이 북한 대유럽 외교의 핵심이었던 인물이다.
앞서 여러 차례 지방으로 좌천됐었던 최룡해의 경우 출당 조치 없이 징계만 받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궁석웅이 유럽 지역 책임자인 만큼 태영호의 직속상관으로서 태영호 탈북의 책임을 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사실관계에 대해 우리 정보당국 관계자는 '탈북에 화난 김정은이 궁석웅 부상을 숙청(혁명화 교육)했다'는 국내 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지금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 10명이 한꺼번에 탈출했다는 다른 언론의 전날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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