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 집착하다 신뢰 잃은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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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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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지난 2012년 이후로 회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전경련 희의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고 있는데, 탈퇴를 거부하니 답답합니다.”

최근 만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회원사에서 탈퇴시켜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며 이 같이 토로했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들도 “수년 동안 회비를 내지 않고 있는데도 전경련은 회원사로 묶어두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이 공기업 회원사의 거부 이유는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라는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술수로 보인다.

그러나 전경련이 외형에 집착하는 사이 과거 역량은 잃어 갔고, 재계를 대변하던 창구역할도 중심이 정부로 기울면서 회원사들의 신뢰마저 잃었다.

특히 올 상반기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불법적으로 수 억 원대 뒷돈을 댔다는 의혹에 이어 미르재단·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모금 창구 역할을 하며 마지막 남은 신뢰마저 스스로 포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은 물론 회원사들의 신뢰를 잃은 전경련이 외형에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수많은 공기업들이 명단 속에만 존재하는 회원사로 남은 상황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과거 민주화 이전에나 가능했던 탈퇴 거부 등의 행위는 전경련 스스로가 구시대적 유물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전경련은 탈퇴를 요청한 회원사에 보낸 공문에서 “회원으로 남아서 국가와 국민경제 발전에 함께 노력하고 동참해 주셔야 한다고 결정됐다”라고 밝혔다.

해당 공기업 회원사들은 이미 국가와 국민경제 발전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몰두하고, 나라 밖 사막에 원전을 세우고 있다.

권력형 비리 의혹에 휩싸이고, 뒷돈 지급이라는 논란을 만들고도 명확한 해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전경련이 국가와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양심은 어디서 나오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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