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코엔스타즈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엔터테이너로서 박경림을 처음 본 건 지난해다. 토크 콘서트 '잘나가는 여자들'이 열리던 이화여대 삼성홀에서다. 발 넓다고 소문난 연예인 답게 송승헌, 윤도현 등 게스트들이 여럿 등장했고, 박경림은 탐정이 됐다가 평범한 아줌마가 됐다가 또 MC가 됐다가 하며 무대 위에서 동분서주 움직였다. 한참 관객들과 재밌게 놀던 그가 말했다. "여러분 아시죠? 저희 공연을 찾아 주신 분들은 빈 손으로 가지 않는다는 거." 공연이 끝나고 여러 기념품이 담긴 파우치와 음료수를 받았다. '토크 콘서트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돌릴만큼 푸짐한 선물에 관객들이 웃으며 공연장을 떠났다.
"어? 이번에 그 제품 저희 공연 오신 분들께 선물로 드려요."
약 1년 만에 다시 토크 콘서트를 여는 박경림을 만나러 최근 삼성홀을 찾았다. 공연 홍보 영상을 촬영하던 그는 쉬는 시간, 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에게 다가와 손에 든 화장품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줄 선물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했다. 판매되지 않는, 오로지 공연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다.

[사진=코엔스타즈 제공]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선사업 하려고 공연하는 것 같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은 "나는 남들에게 즐거움을 줌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20여 년 간의 연예계 생활을 통해 얻은 확신이다.
물론 이런 깨달음이 한 번에 온 건 아니다. 때로는 연예인으로서 입지가 불분명하기도 했고 때로는 개인적인 일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며 더 그랬다. 이 시기에 박경림은 토크 콘서트에서 위안을 찾았다.
"힘들 때 위안을 얻을 곳이 딱히 없었어요. 친정에는 걱정할까봐 말을 못 하겠고 친구들한테는 창피해서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 있잖아요. 그때 이런 고민들을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죠.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자리요."

[사진='노맨틱한 여자들' 포스터]
박경림의 토크 콘서트는 여성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주제로 한다. 물론 남성도 환영이다. 아내의 고민은 곧 남편의 고민이고, 엄마의 고민은 아빠와 자식들의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남자들일수록 우리 공연에 와서 이야기를 들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 콘서트의 타이틀은 '노(NO)맨틱한 여자들'이다. "살다 보니 가장 간직하고 싶은데 가장 빨리 잊어버리게 되는 게 로맨틱"이라 이런 주제를 잡았다. 깊이 잠들어 있던 로맨스도 깨울만한 최고의 로맨티시스트들이 공연에 게스트로 등장한다.
"로맨틱하다는 게 사실 별 거 아니거든요. 깨끗한 집, 예쁜 인테리어, 사랑스러운 의상 같은 것들로도 찾아질 수 있는 건데 엄마가 되면 그런 것들을 누리기가 쉽지 않아요. 애들 장난감 치워야 되죠, 남은 밥이랑 반찬 먹어야죠… '죽을 때까지 여자이고 싶은 아줌마들은 어디에서 로맨틱한 것을 찾아야 하나'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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