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아시아 대표 금융도시 홍콩의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최근 5년간 빠르게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이 11일(현지시간)이 발표한 '홍콩 빈곤문제 보고서(2011~2015)'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빈곤인구는 115만명을 웃돌며 전체 인구의 15.6%에 육박했다고 재신망(財新網)이 12일 보도했다. 홍콩의 인구는 약 735만명이다.
빈곤가정은 총 46만 가구로 지난 2011년과 비교해 무려 6% 급증했다. 옥스팜은 월 소득이 동일 규모 가구 평균 소득 절반에 못 미치는 가구를 빈곤가정으로 분류했다.
황숴훙(黃碩紅) 옥스팜 홍콩 대표는 "공익사회라면 제도적으로 빈곤층의 기본 생활을 지원해야지 서민의 생계가 경제발전의 희생양이 되서는 안된다"면서 "홍콩 빈부차 확대에 대해 기업 등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최상위권 부호 18명의 총 자산은 1조3939억 홍콩달러(약 202조4361억원)로 홍콩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정자금 1조3768억 홍콩 달러를 넘어섰다. 또, 홍콩 부유층 평균 월소득은 빈곤층 소득의 29배에 육박했다. 이는 가난한 홍콩 주민이 2년 5개월을 꼬박 일해야 부유층 한달 월급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빈곤층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의 빈곤인구는 33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홍콩 노인 3명 중 1명은 가난하다는 뜻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최저임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 대표는 "홍콩 당국이 매년 최저임금 조정을 논의하고 물가 상승률과 사회보장 수준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홍콩 2인 가구의 사회보장 수준이 월 8560 홍콩달러(약 123만4000원)로 이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35 홍콩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근 홍콩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중국 본토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올 상반기 홍콩 유통업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5%가 급감했다. 이는 1999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 1분기 홍콩 성장률은 0.8%로 4년래 최저치를 보였다. 홍콩 당국은 올해 성장률을 1~2%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일본 노무라 증권은 부동산 시장 급락 가능성을 이유로 홍콩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0.8%에서 0.2% 하락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홍콩 경제 성장률은 2.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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