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의 갤럭시노트7 판매·생산 중단 결정으로 우리 경제의 수출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아직 생산 중단 결정 후 이틀 밖에 안 지나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경기 부양 정책에 시각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저와 부총리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에는 근본적인 차이 없다"면서 "재정·통화정책 중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사용할지는 그때 금융경제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구조적 문제와 단기적 리스크 모두 고려해서 전망했다. 하방리스크를 많이 지적하지만 내년 경기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상방리스크가 있다. 원자재 가격이 회복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세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고 교역 신장률도 금년보다 나아질 것이다. 물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의 과정에서의 불확실성 증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일부 취약 신흥국 금융경제 불안 등 대외적 리스크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 주체 심리 위축 등 대내적 경기 하방 요인이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경기 부양 정책에 인식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와 부총리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소통에도 애로가 없다. 우리나라 재정·통화정책 모두 다른 나라에 비해 여력이 있다. 그동안 정부와 한은은 경제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재정을 확장하고 통화를 완화했다. 앞으로 정책을 좀 더 확장적으로 운영할지,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사용할지,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그때 금융경제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면 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삼성전자가 11일 갤럭시노트7 판매·생산 중단 결정을 했는데 이로 인해 우리 경제의 수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아직 생산 중단 결정 후 이틀 밖에 안 지나서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 성장률 전망에 고려했다. 그렇지만 충분히 반영됐다고 볼 순 없다. 현재 삼성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다른 제품으로 이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감안하면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경제 전망치 반영?
-김영란법도 염두했다. 단기적으로 일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소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법 적용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 법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대응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시행된지 2주 밖에 안 돼 지켜보고 있다. 면밀히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유일호 부총리 1.25% 기준금리 여력 있다고 했는데?
--그동안 수차례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리정책 면에서 여력은 남아있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증가세,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금융 안정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금리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 부총리의 발언은 우리 금리가 1.25%인데 반해 주요 선진국은 제로 금리인 상황을 보면 우리 금리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고 단순 비교로 상대적으로 정책 여력이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번 통화정책방향에서 경제 주체 심리 호전됐다는 문구가 빠졌다?
--이번달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언급하지 않을 것은 지난달과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과 경제 상황 인식 변화 생겼나?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국내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두 가지를 거론했다. 이번달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유지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 상황에 대한 변화가 없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일치된 인식이다.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높은데 내년에는 몇 차례 인상 전망?
--미국 금리 정책에 대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과 여타 연준 위원들의 성향을 비춰보면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내 한 번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나왔다. 내년의 경우 미국 연준 위원들이 스스로 보는 장기 정책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를 보면 평균적으로 2번 인상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게 다수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다. 과거 연준의 금리 정책 형태를 보면 한 번 방향을 틀면 중기적으로 스탠스를 끌고가는 경향이 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그대로 간다면 2018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최근 나타난 리스크 요인을 충분히 고려했다. 아직 9월 지표가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지표를 모니터링한 결과 3분기 경제 회복세가 당초 예상대로의 흐름을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 올해 2.7%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물론 앞으로 우리 경제에 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하방리스크가 많다. 하지만 하방리스크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흐름을 보고 전망에 반영한 것이다. 내년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금년보다 교역량이 늘고 수출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 이러면 국내 설비투자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방리스크가 있지만 상반리스크를 고려하면 내년 2.8% 성장이 낙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