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7월부터 9월까지 전기료 누진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 데 따라 올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상반기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치인 2.0%를 하회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브리핑에서 "올해 7~9월 중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상반기 중 0.9%보다 낮은 0.8%를 기록했다"며 "물가안정 목표와의 괴리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 하락의 원인으로 전기료 누진제 완화를 꼽았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상반기보다 낮아진 것은 전기료 누진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 데 주로 기인했다"며 "이 같은 물가 흐름은 하반기 들어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지난 7월 물가설명회 당시 전망과는 다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품목별로는 전기료 누진제 조정으로 인해 전기·수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기·수도 가격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0.5% 하락했으나 3분기에는 5.8%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전기·수도 가격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 가량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폭염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확대돼 전기료 인하의 물가 하락 효과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 농산물가격은 올 상반기 3.3% 상승했으나 3분기에는 3.8% 올랐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 변동 요인들의 움직임이 기존 전망과 대체로 부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급 측면에서는 해외 요인에 의한 물가하락 압력이 다소 약화됐다"며 "수요 측면을 보면 상반기에 이어 7~9월 중에도 내수가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 물가 하락 압력이 확대되진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전기료 누진제 완화 효과가 소멸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상반기 중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제 유가가 주요 산유국의 공급 과잉 해소 노력, 세계 경제의 점진적 회복 등으로 원유 시장의 수급 여건이 개선돼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기타 국제원자재가격도 세계 수요 회복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거시경제 정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 내수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세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부진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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