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이변이 일어났다. 올해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은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도,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니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등의 노래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본명 로버트 앨런 지머맨)에게 문학상을 안겼다.
한림원은 13일(현지시간)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며 딜런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문학 작품보다 음악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 노래하는 '음유시인'…사회 꿰뚫어보는 깊이 있는 가사
1941년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딜런은 1959년 미국 미네소타대에 들어갔지만 2년 뒤 중퇴했으며, 이후 자신의 우상인 포크가수 우디 거스리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거스리를 만난 딜런은 그리니치 빌리지 주변에서 연주를 이어나갔고, 그 과정에서 당시 유명 음반 제작자였던 존 하몬드의 눈에 띄어 데뷔했다.
이후 1963년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더 타임스 데이 알 어 체인징'(The Times TheyAre a-Changin) 등의 노래로 저항가수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 사회, 철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 깊이 있는 가사로 '음유시인'으로 불려왔다.
그는 1982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 데 이어, 198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으며 2000년에는 폴라음악상을 수상했다. 타임지는 1999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딜런을 선정했다.
2000년에는 영화 '원더 보이스'에 삽인된 그의 노래 '띵스 헤브 체인지드'(Things Have Changed)로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서정적인 노랫말과 곡을 통해 대중음악과 미국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공로로 퓰리처상 감사상을 받기도 했다.
◆ 10살 때부터 시 써…美 교과서에 실릴 만큼 문학성 뛰어나
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65세이던 2006년 새 앨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로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2009년에도 그의 33번째 스튜디오 앨범 '투게더 스루 라이프'(Together Through Life)로 빌보드 차트는 물론이고 '가장 많이 팔린 200개의 앨범' 차트에서도 1위에 오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딜런은 미국 내에서 시인으로서의 입지도 다져왔다. 그는 10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그의 시는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과서로 쓰이는 '노턴 문학입문서'(Norton Introduction to Literature)에도 실릴 만큼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딜런의 문학상 수상으로 지난 3일 생리의학상부터 시작된 노벨상의 주인은 모두 가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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