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그는 나의 친구였다네. 그는 나의 친구였다네.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난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네. 그는 내 친구였으니까.
He was a friend of mine. He was s friend of mine. Everytime I keep from cryin' 'Cause he was a friend of mine.'
10년 전 어느 날, 캄캄한 극장 안에선 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있었다. 영화의 제목은 '브로크백 마운틴.' 생각보다 덤덤하게 영화를 보아내고 짐을 정리하는데 어떤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나의 친구였다네. 그는 나의 친구였다네.'
비로소 눈물이 났다.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친구라 부를 수밖에 없었던 에니스(히스 레저 분)와 잭(제이크 질렌할 분). "You don't even fuck me"라는 대사가 "넌 날 사랑한다고 해주지도 않잖아"라는 식으로 번역되던 시절이었다. 그 사실이 억울했는데, 이 노래는 그런 억울함을 전혀 억울한 기색 없이 읊었다. 밥 딜런 원곡, 윌리 넬슨이 커버한 '히 워즈 어 프렌드 오브 마인(그는 나의 친구였다네, he was a friend of mine)'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밥 딜런의 원곡을 다운받았다. 방 안에 울려퍼지는 밥 딜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그리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밥 딜런의 노래들을 하나하나 플레이리스트에 채워넣었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 노래를 많이 갖지 못 한 그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2위곡 '라이크 어 롤링 스톤'과 수많은 뮤지션들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전쟁의 참상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블로잉 인 더 윈드' 등.
대학을 못 가면 미래가 없을 것처럼,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 그린 미래는 오직 두려움이었다. 힘이 없는 듯 하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밥 딜런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마치 그의 대표곡 '바람에 실려(블로잉 인 더 윈드)' 처럼 살아가는 내내 마구 부는 바람에 떠돌아 다녀야 하는 먼지 같은 대중을 대변하는 것 같아 위안이 됐다.
더불어 사는 것보다 경쟁이 우선시 되는 세상에서, 내가 1등이 되기 위해 누군가는 2등이 되고 꼴등이 돼야 하는 세상에서, 밥 딜런은 손에 든 총을 내려놓고 가슴에 단 배지(계급, 지위 등을 상징)를 떼어내자고 노래했다. 그가 쌓은 음악적 업적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밥 딜런의 노래가 유효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는 차트를 집어삼키는 히트송 라이터는 아니었을지라도, 차트와 상관 없이 늘 삶과 인간을 노래하던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1997년 발표한 '메이크 유 필 마이 러브(당신이 내 사랑을 느끼게 해줄게요)'에서 밥 딜런은 이렇게 노래한다.
'비바람이 당신의 얼굴에 내리치고 온세상이 당신을 버겁게 할 때, 당신을 따뜻하게 안아줄게요. 당신이 나의 사랑을 느끼도록.
When the rain is blowing in your face and the whole world is on your case. I could offer you a warm embrace to make you feel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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