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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핀테크연합회 홍준영의장
괴테의 명언 중 '배를 가장 안전하게 두는 것은 항상 부두에 정박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배의 본질이 결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유능한 선장은 결코 평온한 바다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거칠고 험난한 오랜 기간의 숙련된 항해 경험과 여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위대한 영웅이 탄생하는 이치다.
이는 강력한 인플루엔자 조류독감(AI)이 등장했을 때 자연에서 서식한 새들은 극소수만 소멸했을 뿐 강력한 면역력으로 버텼다. 하지만 집단으로 무균 상태의 닭장을 운영하던 곳의 조류들은 일시에 모두 폐사해 버렸다.
돌아와 우리의 금융과 핀테크 환경을 보면 K-핀테크, 금융의 혁신은 구호에 불과한 모습이다.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도입할 때 생기는 시행착오와 같은 일시적으로 병균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생태계에서 스스로 복원하고 자생하는 면역력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꿔 줘야 하는데 여전히 처음부터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무균 상태로 만들 듯 온갖 촘촘한 사전 규제를 세우는 방식의 갈라파고스 정책을 여전히 사용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최근 코스닥에서 적자 상장을 허용키로 했다. 이는 과거로의 불완전 회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출 500억원 이상 등 전제 조건을 볼 때 여전히 불완전한 체질 개선 전략에 불과하다. 사실 혁신기업은 장부상의 적자를 안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혁신 초기기업이다. 따라서 이들 대부분 기업은 매출이 거의 없다.
정부는 민간시장에서 스스로 복원력과 면역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의 키를 잡고 민간을 존중하고 함께 모험을 시도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개방형 플랫폼 기반의 신용세분화와 정교한 신용평가 수단들이 계속 진화되고 있다. 평판·심리를 이용한 신뢰와 공정성이 강화됨에 따라 민간에서도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개선이 빠르게 연결돼 모험자본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사명이다. 그래야 고용과 성장이라는 두 축의 국가 아젠다를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유연한 허리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가 부여한 갈라파고스 신뢰시스템을 벗어나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자금을 대출보다 투자 방식의 비중을 높이고, 모험자본의 본질적 체질을 빠르게 혁신시켜야 한다.
신뢰와 공정한 가치평가 개방형 플랫폼의 등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국가에서는 초기 시장에서 디폴트가 발생해 손실이 일정 부분 발생해도 민간시장의 생태계가 집단지성의 자생적인 면역력을 갖고 복원될 수 있도록 사후규제 조치 환경으로 체질로 바꾸어 가는 데 선제적이고 혁신적인 판단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고 극복해내는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모험이고 또한 모험자본의 본질적 가치를 발현해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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