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부동산 인더스토리] 투기과열지구 꺼낸 강호인 장관께....초이노믹스 실패 책임을 왜 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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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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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재건축 부양은 초이노믹스의 정책 목표....저금리 기조 변화 없는 국부 수술은 미봉책 불과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중심의 주택시장 과열 양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해당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수도권과 충청권의 경우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집을 사려는 수요 전체를 옥죄는 것이다.

좁게 보면 집값 급등으로 인한 서민주거 안정이 위협 받자 수요를 줄여서 집값 상승 속도를 낮추겠다는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최근 집값 상승이 넓게 보면 세계 각국에서 추진중인 양적완화 정책과 맥이 닿아있다는 점에서 주택 측면의 수요억제 정책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시말해 모래성으로 쓰나미를 막자는 격이다.

세계 각국은 최근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를 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푸는 것이다. 일본과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고, 미국도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0.25%~0.50%)에 와 있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가 1.25% 수준이어서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이미 마이너스 상태인 셈이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것은 민간에 돈을 풀어 소비를 촉진시키고, 자국 화폐 절하(환율 인상)으로 수출을 늘리자는 복안이다. 넓게 보면 모두 민간소비를 늘려 무역적자를 해소하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돈만 풀리고 소비는 늘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졌다. 양적완화는 다른 나라의 금리가 고정된 상태란 전제조건 하에서 유용한 정책인데 너나 없이 돈을 풀다보니 환율은 제자리 걸음이고 돈만 풀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시중에 유동성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257조3000억원으로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기준금리가 넉달째 1.25% 수준을 유지하는 등 저금리 기조에 따른 결과다. 9월말 기준 은행권 가계부채 규모도 688조4000억원으로 한달만에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만 5조3000억원이 늘었다.

경제성장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그나마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되는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이른바 ‘초이노믹스’ 출범 당시부터 예견된 결과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내수진작을 위해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부양을 전술로 택했다. 금리를 낮추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완하하면 시중에 풀린돈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 흘러들어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초이노믹스는 적중했다. 2014년 7월17일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주춤했으나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자금이 쏠리면서 부동산 시세를 견인하고 있다.

이 같은 초이노믹스는 두가지 측면에서 처음부터 위험성이 경고됐다.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금융상황이 깨질 경우, 다시 말해 금리가 상승기조로 전환될 경우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대거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대출상환 불능 상태에 처하는 경우다.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초이노믹스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최후의 보루로 선택한 것은 정권의 비연속성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정권 하에서 가시적인 경기 부양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정권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결과다.

정권연장이 우선 급선무고,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경기부양의 부작용은 차기 정권의 과제로 넘어가기 때문에 정치적인 선택인 셈이다.

초이노믹스가 진짜 위험한 것은 부의 세대간 전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고가 주택 소유자는 대부분 40~50대 이상인데 반해 신규로 또는 추가로 집을 사려고 하는 계층은 주로 30~40대에 몰려 있다. 다시말해 초이노믹스 하에선 30~40대가 대출을 받아 50대 이상이 소유한 집을 사는 구조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경우 집값은 상승했지만 집을 처분하기 전에는 미실현 이익에 불과하다. 수십억 자산을 가졌지만 이들의 자산은 소비와는 무관한 셈이다. 이 미실현 이익을 40대 이하가 빚을 내 실현시키는 경제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로써 고금리 전환으로 인한 위험은 50대 이상에서 40대 이하로 이전됐다.초이노믹스로 인해 경제의 허리격인 40대가 폭탄을 끌어안은 셈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 상승에 감춰진 그림자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의 책임을 국토교통부가 또 떠안고 있다.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소비와 수출은 늘지 않고 있다. 집값 시세 차익을 실현해도 50대 이상이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가계부채 증가와 강남 재건축, 즉 부자들의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한 주범으로 다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은 초이노믹스의 전술적 타깃이었다. 금리 기조의 변동이 수반되지 않는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은 체질개선 없이 환부의 고름만 짜내는 미봉책이다. 당장 고름을 터져 나올지 모르지만 다시 곪아터지고 환부가 확대될 게 뻔하다.

강남 재건축이 환부라면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의 함정은 현재 우리경제의 체질이다.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초이노믹스를 입안한 당시의 경제팀이 짊어져야 한다. 간만에 활황을 맞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가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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