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기완 기자 = 세종시 고운뜰공원은 신도시의 또 다른 허파이자 도시숲 공원으로써 시민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아왔던 곳이다. 그 기대치만큼이나 조성 과정에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사업시행자인 LH와 입주예정자간 시각차가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지난해 상반기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듯 보였지만 최근 준공에 이어 세종시로 시설물 인수를 준비하는 과정에 문제가 또 다시 발생했다. LH는 당초 합의와 계획대로 시공했다고 하는데, 시민들은 약속과 다르게 엉뚱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시설물이 들어섰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 간 첨예하게 대립되는 쟁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해법은 없는 지 알아봤다.
◈ 지난해 4월 양측 간 합의안 무엇인가?
당시 합의안을 살펴보면, 우선 공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정상 부분은 당초 원안(예시도)에 제시된 천체전망대와 체육시설, 주차장을 대신해 현재의 별빛누리전망대와 별빛정원, 별빛광장 등을 반영키로 했다.
전망대는 5m 높이의 인공 언덕 위에 설치하고, 1-1‧2‧3생활권 등 신도시 전반의 조망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교통약자를 배려한 슬로프식 연결안도 반영했다. 또 앞쪽 언덕에는 LED 조명을 이용해 밤 9시의 별자리를 구현하고, 상단부에 나침반과 북두칠성 조형물, 조명 등을 설치하는 안도 포함했다.
당시, 시민들은 100% 만족하는 안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시의 인수과정을 거치며 대전 계족산 황톳길과 아침고요수목원 같은 전국 명소 탄생의 소망을 나타낸 바 있다.
◈ 지난달 준공 후 드러난 고운뜰공원의 실체… 실망만 쌓이는 시민들
최근 준공과 함께 본모습을 확인한 시민들은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핵심 시설에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적잖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천체전망대를 대신해 합의한 별빛누리전망대는 ‘천체’도, ‘주변 풍경’도 엿보기 힘든 애매모호한 시설물로 전락했다는 것.
실제 현장을 가본 결과, 당초 약속인 1생활권 전반의 풍경은 식재된 나무에 의해 60% 이상 가려져 볼 수 없었다. 180cm에 가까운 성인 남성의 눈높이로도 불가능했다. 야밤의 별빛 전망대로 활용하기에도 정상부의 공간이 상당히 비좁았다.
지난 8월 12일 유성쇼가 펼쳐질 당시 금남면 바람재로에 세종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던 경험을 상기해볼 때, 미래 천체쇼 전망 명소로 활용되기에도 아쉬운 점을 노출했다. 전망대 높이를 올리거나 그게 어렵다면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제거해달라는 게 시민들의 바람이다.
또 LED 조명 시설도 생색내기에 불과한 시설로 비춰졌다. 합의 당시 제시한 예시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기대치에 크게 어긋났다는 게 시민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배수시설 규모도 대폭 늘어나 사실상 고운뜰공원 정상부의 중심을 꿰차고 있었다. 딱딱한 콘크리트 시설물에 철조망마저 앙상하게 드러나 있어 메인 공간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관리실로 향하는 차량 이용 통로 외에는 장애인 휠체어와 유모차 등을 끌고 공원에 접근하는데 상당히 애로사항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노출했다. 예컨대 벽천 관람 후 공원으로 바로 진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시민들이 모든 공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은 아니었다. 고운동의 동서남북으로 사방팔방 뻗은 둘레길과 산책로,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 적절히 배치된 계단, 벽천 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달지 않았다. 시립도서관 예정지에서 올 경우 고운뜰공원 앞에 위치한 벽천 광장. 휠체어나 유모차 등 교통약자들은 사실상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 파행으로 끝난 1차 협의… 또다시 깊어지는 감정의 골
고운뜰공원 정상 추진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확인한 뒤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 20일 LH 세종특별본부와 만남은 양측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지만 시각차는 현저했다. LH 담당자는 인사 과정에서 바뀌어 있었고, 협의 자체가 안 된 채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추진위는 "전임자의 인수인계를 받아 계획대로 시공했다는 LH의 답변에 분노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현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인 관계로 꼼꼼한 점검을 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이 아쉽다. 조금만 시민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이용형 공원을 이렇게 준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바람은 대전 남선공원과 도솔산, 계족산 등의 인근 지역민도 찾을 수 있는 명소로 만드는 것”이라며 “단순히 고운동 주민만을 위한 시설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고운뜰공원은 앞으로 신도시의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란 의견을 덧붙였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시도를 버젓이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홍보 전단에 사용토록 묵인하고 있는 행복청과 LH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입주 전 장밋빛 미래로 수요자들을 현혹시켜 놓는 건 ‘사기분양이자 범법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LH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합의된 사항에 따라 도면대로 시행했는데, 이제 와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데 대해 원칙적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망대 증축은 구조적 문제로 어렵고 나무 벌목은 권한 밖의 일이며, 배수지 시설 규모 확대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정광민 소장은 "현재의 주민들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고운뜰공원 전반에 시설이 부족하거나 이동의 불편을 얘기한다면 얼마든지 유지관리 측면에서 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어르신들 요구를 수용해 계획에 없던 게이트볼장을 만들었던 만큼, 다른 시설도 얼마든지 검토가능하다는 뜻이다.
◈주민들 "야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수막 투쟁 돌입… 행복청, "중재안 찾겠다"
주민들은 "행정편의적 졸속 공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15일부터 일제히 현수막 시위에 돌입했다. 고운동 아파트 단지와 도로 곳곳에 항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행복청장님, 이게 공원입니까. 야산이지?"부터 "시장님! 고운뜰 야산 인수하실 겁니까?"까지 선정적 구호를 담았다. 양측이 첨예한 의견대립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행복청도 중재안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행복청 관계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양측 모두 격앙된 감정 속에 진전된 합의안을 찾지 못했다"며 "LH는 별빛 전망대를 밤하늘의 별을 보는 목적의 시설물로 규정하는데, 시민들은 이와 다르다"고 해석했다.
배수지 시설이 흉물스럽다는 시민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측 간 감정대립으로는 보다 나은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시각차가 생기도록 의사소통이 안됐던 건지 아쉽다"며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라는 LH의 판단과 그걸 바꿔달라는 시민들의 주장을 놓고 최선안을 찾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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