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CK무역이 인기 브랜드인 '렛츠다이어트'를 통해 국내 레깅스 시장을 비롯해 중국 시장도 독식하는 모양새라 내수와 수출 모두 국내 업체들의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원산지 관리를 해야 할 관세청을 비롯해 국내 브랜드 특허를 내준 특허청, CK무역 입점을 받아준 면세점들의 관리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원산지 속인 中 레깅스 업체 탓에 수출 중소기업들 '곡소리'
원산지를 속인 CK무역의 '렛츠다이어트'가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치면서 중소 레깅스업체들이 빨간 불이 켜졌다.
A업체 관계자는 "CK무역 때문에 중소 레깅스 업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작년에도 중국산 레깅스의 상표를 한국산으로 바꿔치기해 업계가 타격을 입었는데 올해는 CK무역이 더욱 큰 규모로 유통에 나섰다"고 말했다.
A업체의 경우 지난 상반기 동안 매출이 5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10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일부 업체는 예년의 3분의 1도 안 되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B업체 관계자는 "마지못해 CK무역과 거래를 해보려 했으나 CK무역은 현금으로만 돈을 지급하길 요구했다. 거래도 '관시(關系)'를 통한 로비가 없으면 아예 성사를 시키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 매출만 쫓는 면세점들... 입점 기준 모호에 MD들 부실한 관리
CK무역이 입점해 있는 면세점들의 관리 부실도 국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더욱 부추긴 꼴이다.
우선 면세점들은 객관적인 입점 기준을 세워놓지 않은 채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현재 CK무역은 롯데면세점(본점 소공점)과 HDC신라면세점(용산점, 온라인), 동화면세점 등에 입점해 있다.
롯데면세점의 입점 절차는 △입점 희망 업체의 제안서 제출 및 상품기획자(MD) 기업발굴, △브랜드 제품 설명회, △상무 및 대표이사 결재 등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50~60여 명의 MD가 600여 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관리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상무급 참석의 설명회 후 대표이사의 결재가 있어야만 업체들은 입점하게 된다. 이후 협의를 통해 입점할 영업점과 매장이 결정된다"고 전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도 "MD와 협의해 입점 조건을 맞춘다. 백화점이든 면세점이든 MD가 내부 보고하고 입점업체를 선정한다"며 "입점 시 품평회를 열수도 있고 필요하면 경쟁 PT도 할 수 있다. 때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원산지는 물론 본사와 소비자 상담실도 가짜로 꾸민 제품을 확인도 없이 판매에 나선 면세점들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난했다.
◆ 벼락치기식 원산지 관리하는 관세청.... 끊이질 않는 원산지 둔갑
관세청의 벼락치기식 원산지 관리로 원산지 둔갑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CK무역에 앞서 지난해 'M업체'가 2년여에 걸쳐 중국산 제품 20만개를 한국산으로 속여 국내·외에 유통한 바 있다. 이들은 밀착되는 특성이 있는 레깅스 제품 자체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라벨을 붙일 수가 없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CK무역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한국산으로 둔갑, 국내·외에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레깅스뿐 아니라 모든 공산품이 감시 대상이다. 특정 물품에 대해서만 모니터링을 하진 않는다. 원산지 허위 표시는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관세청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대중국 수출기업의 원산지 검증을 대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낮아진 관세 혜택에 편승해 부정·불법으로 관세 특혜를 적용받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증을 해 탈루한 세수를 환수할 것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원산지검증 관계관 회의와,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관세정책을 발굴·시행하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관세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며 "관세청은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유사 범죄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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