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의 피해는 깊숙한 다리 안에 자리 잡은 깍정이들의 몸 위에 더 커서 갑자기 불은 개천물에 집이며, 아끼던 물건 넣어 놓은 궤짝이며 다 잠기고 말았다. 날 이 개자 사람들이 천변가에 몰려 나와 불어난 개천물에 떠내려 오는 물건들을 건져 내려고 한판 시합을 벌인다'
한여름이면 청계천은 전쟁터가 되고 했다. 홍수에 떠내려 온 귀중품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가난했던 당시 한국의 어려운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싸우다보면 정든다고 했던가. 그런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터를 꾸려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떠내려온 물건들 위주로 생계를 꾸리다가 점점 다양한 물건을 취급했다. 근처에 벼룩시장이 형성되고, 철물점이 들어섰으며 그렇게 청계천 주변으로 촌락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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