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류마티스학회 최정윤 이사장 [사진=대한류마티스학회 제공]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릎이나 관절이 아플 때 제일 먼저 파스를 찾는다. 대개 통증이 있으면 파스를 붙여보고 며칠 지나도록 증상이 낫지 않으면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꼭 권장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원인이 명확한 일시적인 통증이라면야 크게 문제 될 바 없지만, 특별히 무리하거나 다친 것이 아닌데도 무작정 진통제부터 찾고 보는 행동이 자칫 환자에게는 큰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절 통증을 일시적인 통증으로 오해하거나, 노화에 따른 퇴행성 관절염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관절 통증은 면역체계 이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이 바로 그 예인데,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초기 증상을 단순한 통증으로 여기고 대부분 진통제로 버티다 버티다 안될 때 그제서야 병원을 찾아 자신의 병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잦다.
실제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에 의하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자신의 병명을 아는 데까지 평균 2년 정도가 소요됐으며,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파스나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침이나 뜸과 같은 물리치료로 대처한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환자 10명 중 8명은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하기 전 다른 병원이나 진료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손목 등 주로 작은 관절에 발병하는데, 무릎·고관절 등 체중을 지탱하는 큰 관절이 마모되는 퇴행성 관절염과 차이가 있다.
만성피로감이나 체중 감소·발열 등 비특이적 전신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대개는 발병 1~2년 이내에 관절 변형의 70% 이상이 진행된다. 때문에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병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치료의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발병 초기 시점을 놓치고 뒤늦게 더 이상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보였는데,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이상 통증이 낫지 않으면 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관절에 통증이 생겼을 때, 통증의 특징을 잘 인지하고 원인을 명확하게 찾는 것이 좋다. 통증의 원인에 따라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며, 초기의 올바른 치료가 관절의 손상과 변형 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외적인 부상으로 인한 통증과 달리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증과 함께 염증 반응이 수반된다.
6주 이상 손마디나 발가락 마디에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지속되고, 관절이 아픈데 염증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온다면 당장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 지연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환자 자신이다. 특히 손가락의 경우 관절변형이 심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연필을 잡거나 수저질을 하는 것조차 힘겨워 질만큼 관절이 심하게 변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망가진 관절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환자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사회 활동 등도 제약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병명을 아는 데까지 걸리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요되는 의료비용 역시 작게는 환자의 가정경제에, 크게는 국가의 의료재정에도 손실이 될 수 있다.
의료진도 환자의 진단 지연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류마티스학회에서는 올해로 7회째 골드링캠페인을 통해 전국에서 일반인 및 환자 가족을 위한 무료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학회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류마티스관절염의 특이 증상을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좀 더 많은 환자가 이른 시일 안에 자신의 병명을 알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은 더 많이 알리고, 환자들은 병을 더 잘 이해해서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한 고통을 더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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