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엽 한중금융연구센터장 겸 제주대 로스쿨 겸임교수
지난주 목요일(10월 13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중국사회과학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중금융협력포럼에 참석하기 위하여 북경에 가서 켐핀스키호텔에 묵었다. 아침식사를 하러가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북부유럽인으로 보여지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고교시절 어설프게 배운 독일어로 아침인사를 건네니 얼굴이 금세 활짝 펴졌다.
이 호텔은 호텔경영 전문회사인 독일계 켐핀스키회사가 경영한다. 그래서 독일인이 많이 이용한다. 과거 독일 총리가 방중하면 중국정부가 권유하는 호텔을 이용하는 대신 이 호텔을 이용하여 중국경찰이 경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이 호텔은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전인 1987년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투자하여 25% 지분을 취득한 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문민정부 시절 한국 대통령이 방중하면 이 호텔에서 교민들과 교례회를 가졌다.
켐핀스키호텔은 1987년 10월 12일 총 자본금 398억 44백만원으로 설립되었다. 대우건설은 99억 61백만원을 투자하여 25%의 지분을 취득하였다. 2015년말 켐핀스키호텔은 총매출액 1,061억 27백만원, 당기순이익 318억 18백만원을 시현하였다. 한국 대우건설은 한 해 79억 55백만원을 주주배당금으로 송금받았다. 2014년에는 총매출액 1,045억 59백만원, 당기순이익 295억 21백만원을 시현하였다. 대우건설은 마찬가지로 주주배당금으로 약 73억원을 송금받았다. 매년 투자원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을 꼬박꼬박 송금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총자산에 대한 지분의 순자산금액은 수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재직 시 2006년부터 연수, 청원휴직, 주재원 근무 등을 통해 작년 9월까지 대부분 기간을 북경에서 머물렀다. 동 기간 외국계 금융사들이 중국에 투자·운용하여 이익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수 없이 보았다. ING사는 2005년 10월 북경은행에 20억위안(주당 1.9위안, 1,000,484,814주)을 투자한 후 홍콩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3조원의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계 금융사들의 중국 투자 사례는 드문 편이다.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과 같은 직원들을 전 세계에 보내 투자처를 찾았다. 조상들의 야성적인 DNA를 이어받은 호주 메쿼리회사는 2005년 한국에 와서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한다. 2003년 론스타사는 외환은행 지분투자를 통해 많은 이익을 얻었다. 최근에는 AIG사가 여의도 IFC에 투자한 후 최소 보유기간인 10년이 지나 임차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외국 금융자본의 이러한 투자차익 실현 행위를 '먹튀'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아직도 중국의 중서부지역 등 세계에는 잠재적인 우량 투자처가 많다. 우리 금융회사는 임금피크제 실시 등 내부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량과 도전정신을 길러 국외 양호한 투자처를 개발하고 투자하여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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