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최근 잇따른 성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선거 조작론을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위험한 주장이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과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한 번도 일어난 적도 없는 일 때문에 많은 여성 유권자들이 떠나고 있다니 믿을 수 있는가! 언론이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사기꾼 힐러리를 밀어주는 부정직하고 왜곡된 언론에 의해 완전히 조작됐다. 여론 조사도 마찬가지”라며 자신을 언론 조작의 희생자로 그렸다.
2005년 트럼프의 음담패설 영상이 공개된 데 이어 지난주에만 무려 9명의 여성들이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연일 언론을 통해 폭로에 나서자 이 같은 대응에 나선 것.
트럼프는 단 한 번도 여성에 부적절한 행동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며 성추행 주장이 나올 때마다 기득권의 음모론, 언론의 선거 조작론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11월 8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미국을 전례 없는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트의 열성적 지지자들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 자체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클린턴 당선 시 폭력 행위를 시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즈는 지난 일주일간 트럼프 캠프에는 온갖 악재가 겹쳤지만 유세장 분위기는 오히려 더욱 열기를 더했다고 전했다. 지지자들은 클린턴을 욕하는 T셔츠를 맞춰 입고 "CNN은 엿먹어라!" "클린턴을 감방으로!"라고 외쳤다.
보스턴글로브 역시 지난주 트럼프 유세장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찼으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가 완전히 조작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클린턴을 찍은 투표용지로 가득 찬 투표함이 이미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댄 보우먼(50)은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클린턴이 당선되면 쿠데타가 이러나야 한다. 클린턴은 감독에 가거나 총살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내 심정”이라고 격분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혁명을 일으켜 그들을 내쫓을 것이다. 피 튀기는 싸움이 되겠지만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고 말하며 트럼프 가면을 얼굴에 썼다.
대선 이후 미국이 심각한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이클 펜스 부통령 후보와 여타 공화당 지도부는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함으로써 트럼프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펜스는 16일 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언론이 지나치게 불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트럼프와 자신은 “선거의 결과에 절대적으로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펜스의 이 같은 발언은 보수층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과격한 주장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에게 미국 주류 정치의 경계 밖으로까지는 나가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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